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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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2016년 공쿠르상에 빛나는 《달콤한 노래》은 젊고 유망한 작가에게 시상한다는 본래 취지로 돌아간 이의 없는 작품입니다. 아이와 엄마, 그리고 보모와의 애착관계를 통해 사회 속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입장에서 다루고 있는 소설인데요.  결혼, 출산, 우울증, 이에 따른 경력단절 등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책임과 도덕성, 모성, 일에 대한 감정을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 속 소수자인 여성과 이민자, 빈곤층 등 선진국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한 작품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13년 공쿠르상 역사상 여성작가는 12번째 수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제목의 역설을 주목해야 합니다.  촉망받는 미래를 접고 결혼과 출산으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미리암'과 완벽한   보모 '루이즈'의 시점을 교차편집해 사회 속 두 여자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음을요. 몇 해 전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지인은 보모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언어를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민자 혹은 유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서 보모란 직업을 많이 갖는다고 합니다. 그때 겪었던 차별과 서러움, 외로움, 힘듦이 생각나 프랑스 사회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루이즈로 인해 집안은 안정을 찾아가지만 미리암은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낍니다. 출산으로 찾아온 우울증과 경력단절을 보모의 도움으로 극복하며 완벽한 미래를 꿈꾸는 미리암. 하지만 제목처럼 달콤한 자장가 섬뜩함으로 다가오는 어느 순간,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찾아오는 공포의 순간을 서서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이곳의 어려움, 어두움을 짐작은 하지만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행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척하지 않는다.

P269​


한편, 어릴 적 엄마의 학대와 죽은 남편이 남긴 빚으로 빈곤층이 되어버린 루이즈는 외로움에 사무칩니다. 오래전 독립한 딸이 있지만 여전히 고독함을 감출 수 없는 그녀는 요리, 집안일, 육아를 완벽하게 해내며 루이즈와 폴의 가정 일원으로 성장하죠.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P9


소설의 충격적인 첫 문장은 두 아이의 살해 후를 묘사하며 시작합니다. 철저한 검증으로 고용된,  신의를 얻어 가족이 된 보모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 소설은 루이즈의 적나라한 살인의 목적과 과정을 주목하는 대신, 루이즈의 밤안개 같은 삶을 먼 발치에서  바라봅니다. 어쩌면 사이다 결말과 정확한 이유를 듣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답답한 고구마 같기도 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증, 외로움, 관조하는 프랑스 사회 분위기를 글을 통해 간접경험할 수 있죠.

책을 읽는 동안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가 오버랩 됩니다. 강력한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 프랑스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양성평등과 이민자 차별 등 사회문제는 다르지 않음을 느낍니다.  어쩌면 앞으로 한 세기 이상이 걸려서도 어려운 일이 여성과 소외자의 권익이 개선되는 일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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