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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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어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 동화 속 무서운 마녀와 공주, 그녀를 지키기 위한 멋진 왕자님 이야기. 무서운 악마가 나오거나 괴물을 물리치는 전설 속의 영웅 등. 이야기를 만들기도 또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도 하는 무서운 생산력과 전파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만의 고유 취미이자 습관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227일간 바다를 떠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소년 파이의 이야기. 전 세계 누적 판매 1000만 부 돌파, 맨 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인  《파이 이야기》는 '얀 마텔'을 단 숨에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작품입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종교, 관계, 윤리, 삶과 죽음 등이 한 이야기에 투영 되어 있는  포스트 명작 《파이 이야기》가 신비로운 일러스트가 추가되어 재출간 되었는데요.

아직도 파이가 진짜로 그 많은 고초를 겪은 건지, 상상한 것인지 의문점이 남아 있는 작품이라. 저에게는 그때의 느낌과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까지 더해서 복합적인 기분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좋은 책은 시대와 배경을 떠나 다시 몇 번을 읽어봐도 새롭게 읽히는 것 같아 감탄스럽더라고요. 파이가 본 건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는 국제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크로아티아 작가 '토미슬라브 토르야나크'의 환상적인 그림체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얀 표지를 벗기면 이렇게 멋진 일러스트가 반겨 줍니다. 표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파이 이야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콜라주 같아서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작가와 화가는 각각 캐나다와 크로아티아에서 이메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책을 완성해 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40여 점의 일러스트가 올 컬러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강렬한 터치와 원색의 색감, 역동적인 움직임이 마치 파이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책 자체도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일러스트를 보는 느낌이란 VR 머신을 끼고 책을 읽는 듯해 생생감이 배가 되었습니다.

 

 



​"내 기분이 어땠을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겠지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탐욕스러운 목구멍으로 순수하고, 선하고, 아름답고, 수정 같은 물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건  촉촉한 생명력이었다. 그 생명수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신 후에도 깡통에 난 구멍에 남아 있는 물기를 빨았다. "

P 220

​파이는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가는 길에서 난파를 당하며 가족을 잃고 졸지에 구사일생으로 작은 보트에 타게 됩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표류 생활은 소년을 극도의 공포와 환상, 굶주림과 죽음을 체험하게 하는데요. 우리는 얀 마텔의 이야기에서 어린 나이에 세상과 마주한 소년을 통해 삶의 연속성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우화적으로 대리만족할 수 있습니다.  

 

파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미어캣 섬이 죽음의 섬이었던 사실은 호랑이와 공존해야 하는 상황보다 더 섬뜩한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예쁘게 생긴 독버섯처럼 언제 어떻게 집어삼킬질 모르는 상태. 극도의 긴장감이 다시 생각나는 날입니다.

파이 이야기의 장점은 희망을 찾아 떠난 곳에서 만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겁니다. 이는 아이와 어른, 다양한 인종에게 시대를 떠나 읽히는 삶의 가치라는 점이죠.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둘 것인가는 서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겠지만 보편적인 신념은 전 세계인의 마음에 오래도록 각인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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