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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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8회 젊은 작가 상 대상을 수상하며 가장 주목할만한 신인 작가 '임현'의 소설집이 발간되었습니다.  《그 개와 같은 말》이란 거친 제목은 상처투성이인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란 말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노란 리본. 금방 끓어올랐다 금방 사그라드는 대한민국의 냄비 근성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잊은 채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같았습니다.


사느라 바빠 잊고 지낸 기억을 상기 시킨 작가는 자전적인 이야기처럼 10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 소설집을 출간합니다.


그중 동명의 단편 시작은 잠깐 머물다가 간 걸지도 모를 앞 마당의 동사한 개를 기억하는 것을 계기로 삼습니다. 외풍이 심하던 집 마당이라 부르는 실제는 공터였을 곳에서 키우던 개. 이름도 품종도 기억나지 않는 개를 기억하는 건. 그 해 추웠던 겨울 얼어 죽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그 개를 하천을 향해 던져버립니다. 철교 아래로 개들 무리가 무언가를 뜯어 먹을 때마다 내 마음은 불편해집니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뒤 나는 세주와 크게 싸우게 된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화해하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같은 이유로 언성을 높인 뒤 연락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나는 어떤 말로든 세주를 위로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떠올린 것은 겨울에 죽은 그 개뿐이었다. "

P173

 

이야기는 그 '개'가 있었는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옛 애인 연경과 현 애인 세주를 떠올리는 것으로 대체됩니다. 개의 이야기는 그녀들을 회상하는 매개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인데요. '개 같은'이란 말이 붙는 언어는 그 자체로 불쾌감과, 부정적인 의미를 풍깁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생각 없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주가 이야기하는 언어폭력은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소설이 좀 어렵습니다. 시를 소설로 옮긴 듯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문장은 한번 읽어 의미를 유추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몇 번이도 들춰보고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새롭게 보이더군요. 마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씁쓸한 맛 끝에 아릿한 단맛이 깃든 약초처럼요. 하지만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젊은 작가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문단에 신선함을 줄 작가가 또 하나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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