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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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영화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어 《몬스터 콜스》를 읽었는데요. 아직도 영화와 소설의 엔딩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왈칵 쏟아져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입 밖에 차마 꺼낼 수 없는 말, 진신의 이면을 극복하고 치유하고 싶은 상처가 있다면 오늘 당장 내면의 몬스터를 꺼내 보세요. 내가 아니라고 부인하던 흉한 모습의 몬스터도  내가 아껴주어야 할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니까요.


올해 단 하나의 작품을 꼽자면 단연 《몬스터 콜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와 원작 모두 독립 작품으로 훌륭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작 《몬스터 콜스》는 2011년 영국 도서관 협회에서 시상하는 '카네기상'과 그해 가장 우수한 일러스트레이션에게 주는 '케이트그리너웨이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력이 있습니다. 평론가들과 작가, 편집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도서입니다.

한가지 독특한 이력이 더 있어요. 원안자 '시본 도우드'가 전체적인 구상을 했지만 사망합니다. 이후 '페트릭 네스'에 의해 쓰인 소설로 죽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어받아 완성한 독특한 소설이죠. '페트릭 네스'는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과 함께 후반부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몬스터 콜스》는 아픈 엄마와 엄격한 외할머니 사이에서 커지는 반항심,  부모님의 이혼, 무엇보다 학교 폭력에 노출된 상처받은 아이 코너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아직 어리지만 언젠간 떠날 거라는 엄마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철든 아이기도 하죠. 그런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힘든 모든 상황이 어서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모순된 마음이 충돌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캐릭터입니다.

 

분명 소설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어른인 누구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일겁니다. 진실을 외면하고 싶은 상황 속에서 갈등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몬스터를 통해 전해 듣습니다. 몬스터는 12시 7분이 되면 코너를 찾아와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처음에 코너는 듣고 싶지 않아 외면하는데 결국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듣게 되죠.

 

"어떻게 둘 다 진실일 수가 있어?"

"사람은 복잡한 짐승이니까"


 

살인자이면서도 태평성대를 이룬 군주가 된 왕자, 마녀지만 실제로는 좋은 마음을 가졌던 왕비, 유능하지만 목사를 돕지 않은 이기적인 약제사, 신앙을 갖고 영리를 취한 장사꾼 목사,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의 두려움을 알게 해준 투명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삶은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복합성을 띠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세 가지 이야기는 엄마 없이 살아갈 코너가 겪게 된 세상의 이치이며, 엄마가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코너가 겪고 있는 상황을 우화로 표현한 것입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P254


 

할머니는 괴팍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코너를 사랑했던 왕비를 닮았고, 언행불일치의 목사와 약제사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은 코너의 모순된 속마음이죠.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잊히기를 거부하는 코너의 마음은 투명인간을 통해 전달됩니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가 무엇보다도 싫었던 코너. 이런 마음은 동급생 해리를 구타하면서 폭발하고, 퇴학당할 위기에 직면하죠. 하지만 일전에 할머니 집의 가구를 엉망으로 만든 일처럼 어른들은 벌을 내리기는커녕,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니?'라며 넘겨버립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 무관심이 코너에게는 더 힘든 일이 됩니다.  그래서 더 발악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더 멀어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삶은 말로 쓰는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게 중요하다. "

P254

결국 몬스터는 코너가 불러낸 자아의 모습입니다.  진실을 차마 입밖에 꺼내지 못해 발만 동동구르는 상황을 몬스터에 이입해 행동하고 말해보는 대리행위인 거죠. 이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겪게 되는데요. 세 이야기를 통해 극복하는 코너를 모습은 소설의 가장 큰 메시지이자  어른에게도 공감되는 따스한 위로입니다.

"탐욕스럽고 무례하고 까칠하긴 했지만 어쨌든 병을 고치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목사는 뭐였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치료의 절반은 믿음이다. 치료 약에 대한 믿음,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믿음. 그런데 믿음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역경을 맞닥뜨리자마자, 믿음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 그걸 저버렸다. 목사의 믿음은 이기적이고 비겁했다. 그래서 딸들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

P148​


코너에게 더 이상 사랑하는 엄마는 없지만 연결고리를 가지는 외할머니가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듯 단순하지 않으며 앞으로 순탄치 않은 역경이 매번 일어나는 우연의 집합체죠. 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굳은 믿음이 존재할 때  우리의 삶은 단단해지고 살아갈 의미를 갖는다는 이치를  소설을 통해 배웠습니다.


 

영화 <몬스터 콜> 과 원작의 이야기

 

 

영화 <몬스터 콜>은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리암 니슨, 시고니 위버, 페리시티 존스 배우들의 라인업과 '코너'역의  루이스 맥더겔이 열연해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코너 역의 '루이스 맥더겔'의 큰 눈망울과 호소력 짙은 연기기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으로 다가오죠.  

 

 

원작자가 직접 각본을 맡았기 때문일까요?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영화의 매력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책 속에 밑줄 긋고 싶은 대사들도 영화와 비슷하고요. 몬스터가 들려주는 세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처리 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래도 원작과 차이점을 찾아보자 합니다.  코너가 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계기는 아픈 엄마 때문인데요. 어릴 때부터 엄마끼리 친구였던 동급생  '릴리'가 코너 엄마의 소식을 학교에 퍼트리면서 시작됩니다. 이 일로 둘 사이는 멀어지게 되는데요.  후에 릴리의 진심을 알고 둘은 화해합니다. 영화에서는 릴리가 등장하지 않아요.


코너를 괴롭히는 해리는 우등생입니다. 코너와 폭력 사건이 일어나 해리의 부모님은 분노하지만 급우를 괴롭혔다는 기록이 남는 것을 우려해 선처하죠. 해리는 사실 진정한 악인도 선인도 아니며, 그냥 보통 사람인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해온 것처럼 세상에는 이분법적으로 나뉜 사람보다는 여러 형태가 섞인 모순된 인간이 훨씬 많으니까요.  

 

원작 소설과의 차이점 중에 가장 두르러지는 것은 엔딩! 코너의 방을 그대로 꾸며 놓은 장면은 각색된 경우입니다. 마음이 참 따스해지고 뭉클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코너가 그림에 재능 있는 아이로 나오는데, 예술가를 꿈꿨지만 코너를 가지고 꿈을 포기한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연출을 맡은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임파서블>,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을 만들며 성장영화의 틀을 쌓았고,  <판의 미로> 제작진이 참여해 다중성과 작품성, 비주얼을 갖춘 완벽한 판타지 영화를 선물합니다. 정말 선물이란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겐 선물 같은 위로의 영화와 소설이었습니다. 다시 곱씹어 봐도 뭉클해지는 잊지 못할 스토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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