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곰 - 스웨덴식 행복의 비밀
롤라 오케르스트룀 지음, 하수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적당한'이란 의미의 스웨덴식 라이프스타일 '라곰(LAGOM)'. 스웨덴 속담에는  '라곰이 최고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삶 전체에 깊게 들어와 있는 생활방식을 말하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알기 위해서는 특유의 정시인 라곰을 이해해야 하는데요. 문화, 패션, 웰빙, 사업, 인간관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여행, 이민, 유학, 출장 등 스웨덴에 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라곰'을 꼭 이해하고, 읽어보기 좋은 책이란 생각도 드네요. 다른 나라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여행의 기본이 될 테니까요.



지리적으로 멀어 익숙하지 않은 북유럽 문화는 생각보다 곳곳에서 스웨덴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실용 가구의 대명사 이케아(IKEA), 패션으로 잘 알려진 H&M, 말괄량이 삐삐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 밖에도 스웨덴 왕실, 복지 왕국,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 대립하지 않고 평화를 추구하는 개념 등 생각보다 떠오르는 것이 많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필자는 영화배우나 영화가 먼저 떠올랐죠. 최근 개봉한 <그것>의 광대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와 고혹적이고 강인한  매력인 '알리시아 비칸데르'까지 좋아하는 배우의 나라가 스웨덴이라 눈여겨 보기도 했습니다. 북유럽의 서늘하고 강인한 느낌이 물씬 나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로 제작된 '밀레니엄'시리즈의 강렬함도 잊을 수 없고요.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듯 라곰은 덴마크 사람들의 '휘게(Hygge)'를 이어 새로운 북유럽 출신 라이프 스타일이기도 한데요. 라곰은 2017 미국 <VOGUE> 매거진이 선정한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입니다. 이케아도 'Live Lagom' 프로젝트를 통해 균형 잡힌 삶의 실천을 독려하고 있은 것만 봐도 '라곰'을 자국을 떠나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트렌드란 생각도  듭니다.

 

 

 

 

본격적으로 '라곰'을 탐구해 볼까요?  라곰은 명사, 형용사, 부사, 감탄사까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거시기', '적당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스웨덴 사람들 조차도 라곰의 정의를 똑 부러지게 정의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情)'이나 '한(恨)'을 외국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맥락일지도 몰라요.


라곰은 1600년대 초반 법, 팀을 뜻하는 '라그(lag)'란 말이 스웨덴 문서에 등장하면서 시작합니다. 법의 복수형이 바로 '라곰'. 정확히 언제부터 스웨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깊게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없으나 8~11세기 사이, 바이킹 공동체의 뿌리를 두고 발전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라곰 단어 자체는 '라게크 옴 (laget om)', '팀을 둘러싼'의 줄임말이라는 게 통설인데요. 바이킹들 각자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공평한 몫을 갖는다는 인식과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같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앉아 미드(mead 벌꿀 술)를 채워 돌려마시는  타인을 위한 배려는, 평등하게 마실 수 있는 미드 한 잔에서도 발현되는 가치인 셈이죠. 평등과 겸손에 뿌리는 둔 행동 규범은 합의, 중립으로 이어졌으며 세계적으로 성 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로 발전하는 계기도 됩니다

 

제대로 말을 못할 바에는 아예 침묵하는 것이 낫다

-스웨덴 속담-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 라곰은 부정적인 의미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 예가 '스웨덴식 침묵'인데요. 눈에 띄는 차분한 정서는 때때로 무심함과 노골적인 차가움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모임 안에서 의견을 통일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제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라곰 때문에 '얀테의 법칙'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얀테는 라곰의 시기심 많은 사촌격인 개념입니다. 개인의 성공과 성취를 못마땅하게 여길 뿐 아니라 전체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해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종의 질투 같은 것. 이런 문화를 모르고 자기 자랑을 실컷 늘어놓다가 침묵이나 싸늘한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면 바로 라곰과 얀테의 사회적 규범 안에 놓여있단 뜻입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스웨덴 인들의 미덕을 반영하 듯 언어 자체도 매우 직설적입니다. 상관 없는 단어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 핵심에 바로 들어가는 사고가 적용된 거죠. 언어에 내포된 솔직함은 라곰식 조절법과 만나 스웨덴의 의사소통 방식을 간략하고 직설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칫 무례하고 오만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개인적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감정적으로 받아들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거짓된 "예" 보다 진실한 "아니오" 가 낫다

-스웨덴 속담-

오히려 스웨덴 사람들은 라곰의 방식으로 당신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뜻일 수 있는데요. 나의 존재가 방해 되지 않을까 염려해 타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정서적인 거리 유지라고 보면 됩니다. 침묵이 이어지는 암묵적인 스웨덴식 자제는 개인 공간의 중요성과,  그 공간을 침해하는 것을 불쾌하게 느끼는데도 기인합니다. 상대방의 상태를 존중하면서 나의 상태를 침해받지 않으려는 규범도 라곰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스웨덴의 문화 차이를 숙지했다면 라곰은 웰빙과 자유를 추구하는 멋진 라이프 스타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개방성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발전한 음식 문화는 과소비와 축적의 욕구를 줄입니다. 즉,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누구에게나 가능한 목표인 라곰이 통하니까요.



라곰은 항상 휴식과 원기회복을 일깨우며 중심을 잡게 하고 마음의 평정을 찾아 줍니다. 스웨덴 사람들이 즐기는 멈춤 시간 '피카 타임'은 하루 중 몇 차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친구, 연인, 동료와 커피와 달달한 계피빵과 패스트리를 먹는 사회적인 행위죠. 누구든 자유롭게 숲은 이용할 수 있는 '알레멘스라텐(자연에 대한 공공이용권)'이 법으로 보장되어 캠핑, 식용 열매 채집이 가능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제품을 공급한다'라는 평등의 이상향이 경제 원칙, 외식업계에도 도입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스웨덴을 말할 때 '라곰'은 가장 큰 단어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스웨덴 제품을 떠올려만 봐도 단순함, 실용성, 절제된 미(美)'가 생각납니다. 라곰은 결코 중간이나 보통, 대중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준을 찾도록 토닥이는 무형의 산물이죠. 강점에 집중하고 약한 부분은 위임하여 조화와 균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고를 추구하는 경쟁 속에 몸과 마음이 병든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라고머가 되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주고 싶을 정도네요. 전쟁 같은 주중을 보내고 휴식을 즐기는 일요일 주말, 라고머가 돼보기 딱인 날입니다.

지금부터 일주일 간 라곰의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 즉, 균형 잡힌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라고머(Lagomer)'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양의 문화를 무분별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취지가 아니라 한국의 정서와 맞는 부분은 취하며 스스로 라고머로 거듭나는 가이드 《라곰》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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