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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기억하다 - 고마워 미안해 잊지 않을게
김혜숙 지음, 김남현 사진 / 피톤치드 / 2017년 8월
평점 :

인류의 진화 DNA에 오래전에 각인된 감정 '사랑'.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거치며 거듭된 사랑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타는 듯한 여름이 언제였던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치는데요.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밤에 꺼내보고 싶은 에세이가 있습니다.
《사랑을 기억하다》는 에세이스트 김혜숙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아픔, 슬픔, 그리움을 동반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가족의 부재를 경험한 사람들은 아끼며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그리운 일인지 실감케 합니다. 가족은 지지리 볶고 싸우는 중에서도 없으면 허전하고,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은 애증의 관계지요.
"그가 우리에게 주고 간 메시지는 '옆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떠나고 나서야 깨닫지 말고 바로 지금 깨달으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지금 옆에 있는 부모님, 형제, 가족을 장 챙기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떠내보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 했다는 것이다. "
P 143- 144
특히 책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형된 장르가 아닌 정통 수필을 좇아갑니다. 일에 쫓겨 소홀히 했던 가족, 특히 남편을 돌아보는 감성적인 문구들이 인상적입니다. 남편을 만나 이혼을 겪으며 저세상으로 보내던 날까지. 소중한 것은 잃어버린 후 알게 된다는 격언을 고스란히 경험하며 상실이 만들어낸 일상을 꿋꿋이 살아가고자 합니다.

"겪어야 할 시련과 어려움은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이 있고 지금 살아 숨 쉬고 있고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랑이 있으므로. 내일이 온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P248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 판도라가 호기심에 열어버린 상자 속에서 유일하게 '희망'만이 남아 있는 것처럼. 사랑이란 자양분은 세상 곳곳에 남아 또 다른 사람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가시 돋친 장미와 향기롭고 아름다운 장미의 이중성처럼 우리 삶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 살아 볼만한 삶임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