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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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만화 소재로 끌어들여와 비범하게 만다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와 주제로 사랑받아왔던 마스다 미리의 작품 중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의 2탄인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가족과 비혼, 나이 든 부모와 결혼하지 않는 자식이 함께 사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70세 아버지와 69세 어머니, 40세인 결혼하지 않은 외동딸 히토미가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작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의 이야기의 확장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뒷부분에 에필로그처럼 등장하는 개 '치비'와의 추억이 사와무라 씨 댁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아 뭉클하더라고요.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에서는 사와무라 씨 댁의 가족 구성원이 넷이었을 때, 15년 전 치비와 함께 했던 일화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반려견을 키워 보신 분들은 느낄 짧지만 강렬한 공감 만화가 인상적입니다. 불 꺼진 텅 빈 집에 홀로 들어가는 늦은 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일은 설레고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감정이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함께 공감해주고, 즐거움도 북돋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반려동물과 가족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일 때가 많습니다.

 

개들의 수명이 대량 10년에서 15년 정도기 때문에 주인 보다 오래 살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특히 일본에서는 적적한 노인들의 삶에 반려동물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이 세상에 없어지고 나면 가족을 잃어 버림받는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마스다 미리 만화 속 반려견 '치비(꼬마)'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 같아 저까지 기분이 좋아기더라고요. 이별의 날을 알면서도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사와무라 씨 댁. 15년이 지나도 치비의 흔적을 지우지 않은 가족들의 마음은 어쩌면 오랫동안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사와무라 부부. 자식에게도 폐 끼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또한 성숙하게 받아들이는데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죽음, 그 이후의 남겨진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자세가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한지, 행복한 날도 있는지 생각해 보았나요? 개인적으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반복되는 하루가 감사한 때가 많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오늘도 어제와 똑같아..'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같은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그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 약간의 일탈과 변주를 주는 리듬을 통해 조금 더 유연해지고 풍성한 삶을 즐겨봐야겠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자서전을 써보겠다는 다짐, 친구들끼리 노화의 증거를 토로하는 티타임. 어쩌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라 공감되면서도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구상에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유한성'을 가진 탓에 가장 빛나는 모습과 새롭게 피어나는 것에 자양분이 되는 순환으로 존재하니까요. 인간의 삶도 그런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다고, 새치가 늘었다고, 배가 더 나왔다고 자책하거나 우울해하는 것보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녹색에서 갈색이 되어가는 나뭇잎에 감탄하고,  가끔은 차가워진 바람을 맞으면서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삶은 소소한 행복이 도사리고 있는 작은 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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