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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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우리 곁으로 찾아온 '김홍신'작가. 《인간시장》이란 대서사시로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었던 작가답게 이번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다른 접근을 시도합니다. 7살이나 연상인 '모니카(세례명)'과 한눈에 반해 사랑을 키워 온 고3 '리노(세례명)'는 가톨릭 신부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책소개]

 

책은 순수한 연인을 사랑을 그려내며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두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그려내고 있는데요. 사랑의 상처로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여인과 가톨릭 사제를 꿈꾸던 소년의 운명적 러브스토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감정의 시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목차]

작가의 말_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

제1부 철조망 또는 성벽
그녀가 가는 곳 어디라도|부도덕한 사랑|작은 촛불을 켜놓고|비극적 사랑의 고통

제2부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자유
내 존재는 결핍으로 이루어진 것|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나한테 왜 이런 시련이|다시 볼 수 없는 리노

제3부 새끼손가락의 약속
내게 남은 사랑이 없다|아름답고 소중한 비밀|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청명하기를

제4부 깊은 용서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벼랑을 향해 힘껏 페달을 밟다|그 사랑은 지금도 소중하다

 

“나……. 시집가게 됐단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소식을 전하듯이 말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말없이 서있는 나를 끌어안고 잠시 내 이마에 입술을 댄 그녀는 울음을 참는 듯했다. 내 등을 몇 차례인가 토닥거리고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었다.

 (중략)

그녀가 나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을 하겠다는데, 그와 행복을 찾겠다는데,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좋다는데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자리 잡을 때까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다.

P13-14



 

첫 부분은 모니카가 결혼을 하겠다는  소식으로 시작하게 되는데요. 옛 애인의 잦은 횡포로 고통스러워하던 모니카가 부랴부랴 다른 남자와 결혼을 서두르는 모습을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무능한 리노의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뜻 자신의 처지와 모니카의 상황을 고려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의사가 되라는 모니카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합니다.



우리는 처음을  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새 학기, 첫 만남, 첫사랑, 첫 느낌 등등. 첫눈에 만나게 되는 둘은  일곱 살 이란 나이차가 무색하리만큼 잘 맞는 소울 메이트였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과거의 발목과 이어질 수 없는 인연의 고리에서 엇나가는 상황 속에 각자의 삶을 살아보도록 노력하게 되죠. 첫사랑이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은 이루지 못한 미련과 처음이 주는 순수성이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처음이  갖는 순수성이 절대적 가치처럼 느껴지지만 때로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천둥이란 내가 사랑한다고 외치는 소리이고 번개란 내 영혼이 그녀에게 달려가는 속도이며 바람이란 우리의 사랑이 자유롭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내 일기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

P205

소설은 '처음이 갖는 순수성을 점점 잃어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한 메타포입니다. 잘해보려고 해도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 인간 본질의 발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위대한 마음이 잃어가는 방향을 잡아주는 위대함을 노래하듯 읊조리고  있습니다.  시몬, 아녜스, 모니카, 리노라는 가톨릭 세례명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하면서 익명성과 성스러움이 배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는 세상 속 , 상대방에 대한 마음도 속속들이 바뀌어가는 현대인에게 오랜만에 깊은 울림과 서서히 물드는 한지 같은 고즈넉함을 선사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구시대적 산물이라 치부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오랜만에 절절하게 가슴속에서 동심원을 그립니다. 이는 작가 김홍신의 가장 큰 장기인 것 같은데요. 결국 불안한 마음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인간의 긍정적 본성을 드러내는 소설로 메마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의 살랑거림과 아쉬움이 더해가는 여름의 끝자락에 풍부해지는 감수성을 더해 줄 소설 한 권 어떨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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