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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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도매상 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을 담은 책 《청춘의 독서》는  청년 유시민이 읽었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알쓸신잡'과 '썰전'의 인기를 얻은 탓인지 세련된 리커버에디션으로 등장했는데요. 구커버 리커버 모두 나름대로의 만족스러운 표지라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기쁨이 있는 책이자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안내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책입니다.

 

책은 글쟁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한 번도 아내에게 헌사를 하지 않았던 남편 유시민의 항변이자 아내의 허락을 받아 대학에 들어간 딸에게 주기로 한 책이기도 한데요. 언제나 닮고 싶은 아버지처럼, 어쩌면 주변에 괜찮은 아재처럼, 친구 같은 형이자 할 말은 할 줄 아는 오빠 같은 유시민이 이 땅의 모든 청춘들에게 권하는 고전 목록을 담았습니다.

과연, 청년 유시민은 어떤 책들을 읽었고 추천하고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추천 목록을 살짝 공개합니다.

 

지금은 자판을 조금만 두드려도 전문이 훤히 나오는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상단 선언》. 예전에는  '공산당'이라고 하면 빨갱이란 낙인과 함께 국가보안법 위반을 위반한 중대 범죄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죠. 청년 유시민은 침침한 스탠드 '불빛 아래 엎드려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밤새도록 영문판 《공상단 선언》을 읽었습니다. "권력을 쥔 적대 세력에게 공산당 같다고 비난받지 않은 야당이 어디 있으며'란 대목에서  《공상단 선언》을 발표한 1848년과 1978년 대한민국과의 평행이론에 감읍하기도 했습니다.

 

'알쓸신잡'에서 내 인생의 영화를 <장고>로 꼽았던 유시민은 마르크스가 못다 이룬 혁명적 궐기를 내내 아쉬워하며 영화로 달랬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민주주의를 향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사상과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책에 소개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또한 솔체니치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죠. 솔제니친은 이 소설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하는 전체주의 독재의 끔찍한 폐해를 어떤 문학작품보다 생생하게 폭로했으며 어떤 정치학 논문보다 설득력 있게 논증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는 공산주의 정치 표어 처럼 앞으로 로봇이 대체하게 될 인간의 노동력은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일은 로봇(인공지능)이 하고 인간은 잉여 시간에 놀아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면, 일하지 않는 인간은 먹을 권리가 없는 건 아닐지 심도 있는 생각거리를 던지기도 합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에서 받은 위안과 격려는 또 어떻고요. '삶의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익숙한 구절의 시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시 입니다. 푸시킨이 쓴 유일한 장편 소설이 바로 《대위의 딸》인데요. 러시아 장교인 주인공이 카자크 거주 지역으로 배치되어 기지 사령관인 대위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행복한 동화도 지혜의 독서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로맨스 소설 같지만 《대위의 딸》은  러시아 농민 반란을 주제로 농노제도, 차르의 전제정치를 비판하는,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입니다. 푸시킨은 '인간은 모두 똑같이 존엄한 존재'라며 당시 러시아의 정치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었는데요.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먼 전선으로 군 복무를 하러 간 부잣집 도련님을 모시는 하인 '사벨리치'의 좌충우돌 맹활약도 《대위의 딸》 읽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결국 시대와 나라가 달라도 당시의  에피소드들이 현재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이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 때문일 겁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는 전쟁과 살육, 무분별한 발전과 희생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주옥같은 추천 도서들 중에서도 얼마 전 '알쓸신잡' 경주 편에 나온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도 눈에 들어옵니다. '알쓸신잡'에서는 경주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공론화하며 《진보와 빈곤》을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함께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땅의 사유와 빈곤이 없어지지 않은 이유를 책 속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어려운 주제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쓰였다고 하니 읽어봐야 할 도서 목록에 살포시 올려놓아야겠습니다.

'헨리 조지'는 자본주의가 불러온 대중의 궁핍과 불평등에 항거하는 공산주의 혁명이 유럽을 휩쓴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스스로 학교를 그만둡니다. 방황하는 청춘을 보내던 중 스물두 살 이란 빠른 나이에 결혼해  생계를 위해서지만 본격적인 언론인의 경력을 쌓기 위해 취재를 하던 조지. 어느 날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바로 어마어마한 부와 비참한 빈곤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1977년 책 《진보와 빈곤》을 집필하게 되는데요. 그 후 조지는 토지소유권을 근거로 지주가 취득하는 지대를 공동체의 것으로 만들자는 '토지공개념(지공주의)'을 주장하며 특정 개인이 토지를 사유하는 것을 사회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죠.


 

"다시 헨리 조지를 읽으면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나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 진리가 아름다운 것은 그걸 실현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일지도 몰라. 행하기 쉬운 진리에는 매력이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근본적 변화'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그 자체가 멋지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서려는 '진리의 벗'들, 그들의 몸부림이 아름다워서일지 몰라. "

P273


 

결국 조지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근거로 진보의 경제적 과실을 독점하는 것을 막아 진보와 빈곤이 동시에 존재하는 부조리를 해소하려 했습니다. 탁상공론을 떠나 직접 개혁을 이루고자 뉴욕 시장 선거에 출마하지만 거듭된 낙선과 피로 누적 끝에 생을 마감합니다.

어쩌다 보니 사회주의, 진보주의자들의 책들만 소개하였지만 진정한 보수주의를 꿈꾼 맹자의 사상을 담은 《맹자》  개인의 욕망을 이야기한 최인훈의 《광장》, 권력투쟁의 암투를 그린 사마천의《사기》, 이기적인 인간을 이야기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등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14편의 고전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학창시절, 혹은 감옥에서 보내던 시간 동안 읽어내려갔던 고전은 현재의 유시민을 만드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모든 청춘에게 권하는 지혜의 목록.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책 속에서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고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는 미래의 후손들에게 살뜰한 지혜의 경험이 될 테니까요.


 

참, 이벤트에 당첨되어 《청춘의 독서》유시민 친필 사인본을 받았습니다. 복사본이 아니고 정말 친필 사인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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