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니콜라이 레스코프 지음, 이상훈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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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이고 감정을 숨긴 채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던 19세기 러시아의 여성 캐릭터를 파격적으로 설정한 '니콜라이 레스코프'는 시대를 앞서간 작가입니다. '톨스토이'는' 레스코프'의 작품을 읽고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를 그렇게 많이 읽는 게 이상하다. 그에 반해 왜 레스코프는 읽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1865년 발표 당시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빛을 발한 작품이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므젠스크의 맥메스 부인)'입니다. 하지만 후대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는데요. 억압적인 상황 속에 금기를 깬 여인의 당찬 모습은 지금에도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이거든요.

 

얼마 전 '월리엄 올드로이드'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줄리언 반스'의 신작 《시대의 소음》에 등장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므젠스크의 맥베스 부인> 오페라 작품 또한  많은 명성과 인기를 얻었던 작품임에 틀림없는데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천재.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풍부한 경험을 통해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들을 써 내려갔던 안타까운 천재기도 합니다.

 

 

"나른한 기분에 젖어 한두 시간 누워 잠을 잔다. 깨어나면 또다시 러시아의 권태, 상인집의 권태가 찾아온다. 그걸 견디느니 차라리 목을 매고 죽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 "

 P14

 

가난한 시골처녀였던 '카테리나 리보브나'. 거의 팔려오다시피 돈 많은 상인과 결혼해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결혼생활을 보내던 여인입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점점 욕정에 눈을 뜨며, 겁잡을 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추락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요. 19세기 당시 전무후무한 능동적 캐릭터였던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현대 문학과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다뤄지고 있는 (욕망 덩어리) 여성 캐릭터의 원조격이자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부인과도 닮은 존재입니다. 

 

​"한편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이제 세르게이 없이는 단 한 시간도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눈을 뜨게 된 그녀의 천성이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그녀를 사로잡은 것이다.

P28

 

​마을의 둑이 무너지자 며칠 집을 비우게 된 남편. 그로 인해 '카테리나'는 하인 '세르게이'를 만나게 됩니다. 세르게이는 천하에 둘도 없는 난봉꾼. 달콤한 술수로 이미 마님들을 여럿 단숨에 꾀어내어 정을 통하기도 했죠. 세르게이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이집 주인마님은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세르게이와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이라 해야 할지 외로움과 권태의 대리만족이라 해야 할지 모를 감정들은 '카테리나'를 겁잡을 수 없이 지배하고 맙니다.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파국은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 후 두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거침없는 생활을 이어나가는데요. 점차 카테리나는 세르게이를 사랑한다고 믿게 되고, 다른 여자를 만날 경우 지구 끝까지 쫓아가 해치겠다는 집착 증세까지 보이죠. 한편, 이 둘의 사이를 알게 된 시아버지는 세르게이를 채찍으로 때린 후, 광에 가두었다가 며느리가 독을 탄지도 모르 채 버섯죽을 먹고 살해됩니다. 이미 둘 사이의 소문을 알아차린 남편 '지노스 보리스이치' 또한 그녀의 욕망에 제거되고 맙니다.


 

결국 6년 이란 결혼 생활 동안 생기지 않던 아이가 '카테리나'와 '세르게이' 사이에 생기며 두 사람은 상속받은 재산으로 평생을 지금처럼 살겠노라 꿈꿔보지만.  재산상속의 대분이 조카 '페쟈'에게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또 한 번의 만행을 저지르고 말죠. 지루함 속에서 쾌락에 눈 뜬 여성이 멈출 줄 모르고 더 가학적으로 변하는 심경의 변화를 문학 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즐겨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지네요.

 

 

그렇게 1부가 지나면 2부 격인 감옥에서 강제수용소 이 송전까지의 일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저택에서 지내던 것과는 다른 삶이 펼쳐집니다. 하늘의 별도 달도 따다 줄 것 같던 세르게이는 이 모든 추락은 마님 탓이라고 생각해 증오의 마음을 품게 됩니다. 반대로 사랑의 마음이 커진 '카테리나'는 '세르게이'를 만나기 위해 갖은 위험과 수고로움을 참아가며 기회를 만들죠.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이 모든 것을 보는 듯 마는 듯했다. 그녀는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걸어갔다. 사람들이 그녀를 앞으로 떠밀어, 세르게이가 소네트카와 추태 부리는 것을 보게 했다. 그녀는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P 102

그러던 중 마님에게 아예 흥미를 잃은 세르게이가 다른 여성들과 희희낙락한 모습을 보이자, 능욕과 멸시를 당하면서도  떠나간 연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카테리나의 눈물겨운 행동들은 서서히 그녀를 들끓게 만들죠. 이토록 운명의 고리는 잔인하고도 가혹합니다.

 

 

소설 속 가장 큰 인물인 '카데리나 리보브나'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부인의 변주로도 보입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에 등장하는 '맥베스'부인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남편을 통해  부추기는 느낌이라면,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은 본인 의지로 삶을 개척하는 훨씬 능동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매력이 여러 예술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다양한 팜므파탈, 나쁜 여자로 재해석 되는 건 아닐지 모릅니다.


 

영화 <레이디 맥베스>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영화는 하녀 '악시냐'의 캐릭터를 키워  불륜을 지켜보는 또 다른 목격자(관객의 역할)로 긴장감을 더하고 있는 듯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강력 추천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레이디 맥베스>를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옮겨온 '윌리엄 올드로이드'의 <레이디 맥베스>를 보기 위해 읽었지만 영화와 소설 모두 독립적인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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