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하루 종일 힘든 일을 겪은 날, 어떻게 하루가 돌아갔는지 모를 최악의 하루를 보낸 밤. 어디 가서 실컷 울고 싶을 때 있지 않나요? 인스타그램 60만 팔로워의 감성을 어루만지며, 애플 TV, 유니세프, TED, 삼성이 주목한 일러스트레이터 '헨킴(HENN KIM)'의 아트 에세이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이미 전시, 각종 굿즈로 사랑받고 있는 헨킴의 그림들을 책으로 소장해볼 기회가 되겠네요.

 

 

 

흑백의 선명한 대비,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체, 얼굴이 보이지 않는 뒷모습, 과감한 묘사력은 마치 내 꿈을 들여다본 것 같아 화들짝 놀라기도 하는데요.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21세기 만난 듯 독특한 아우라의 그림에 마음을 빼앗았습니다. 아마 달리가 21세기에 환생했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모두 환상동화 같은 모든 그림은 굳이 나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헨킴의 환상적인 일러스트 중에서도  '밤'을 주제로 한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밤이 되길 기다렸어', '너와 나', 'Good Night', 'Sunday mood' 총 세 갈래의 컨셉으로 나뉘는데요.

 

 

끙차,

결국 '밤'이 주는 몽롱한 시간, 지친 하루를 끝내고 녹초가 되었던 밤,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고 증오하는 애증의 시간을 탈곡하고 맞는 새로운 아침.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헨킴의 그림은 피로회복제, 환각제, 각성제가 되어 줍니다.

 

 

 

 

​평소 커피와 차를 좋아한다는 헨킴. 일주일의 중간 수요일이 조금 지난 목요일.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을 맞을 수 있다는 설렘과 월요일부터 누적되어 온 피로가 극에 달하는 목요일. 우선 커피 한 잔, 그것도 핸드 드립으로 마셔볼까 합니다.  정말 그림처럼 이렇게 피곤한 아침은 머리채로 흡입하고 싶어지기도 하니까요.

 

오늘도 종일 폭염이 예고되어 있어, 여름날을 공감하는 일러스트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한낮은 뭐든 녹아내릴 것 같은 더위지요.

 

헨킴의 매력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한 번 더 비틀어보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보고 있으면 기발하기도 하고, 약간 섬뜩하기도 한 느낌이 매혹적인데요. 흑백톤이 주는 강렬한 미학이 과잉된 감정을 절제시키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큽니다. 한 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마력을 소유하고 있는 그림들.

 

 

 


'책에서 다 다루지 못한 감정들,  현재 열리고 있는 '헨킴 개인 전시회'에 참가해보는 건 어떨까요? 7월 29일(토)부터 10월 1일(일)까지 서울 한남동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진행되는  '미지에서의 여름' 전시회도 추천합니다. 무료 전시라고 하니, 시간 내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D로 보았던 상상을 3D로 구현해 놓은 설치작품, LED에 담긴 독특한 작품들이 꿈과 환상, 일상의 왜곡으로 다양하게 다가올 테니까요.

예전에는 어른들은 공상, 상상을 해서 뭐 하냐고 꾸짖곤 했어요. 하지만 요즘처럼 쉴새 없이 스마트폰, 각종 매체로 전달받는 정보에 숨이 막혀버릴 지경입니다. 때로는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꿈도 꾸지 않고 푹 자고 싶은 밤이 절실할 때가 있는데요. '헨킴'의 일러스트는 그런 밤, 나를 위로하고 싶은 밤에 침대 맡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발칙한 상상에 흥분되고, 헨킴만의 치유 방식에 동화되는 이상야릇한 느낌. 이게 바로 그림이 주는 아트 테라피가 아닐까요?

 

 

바쁜 일상에 쫓겨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는 분들, 꿈과 현실의 어렴풋한 경계를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립니다. 액자에 걸어 두고 싶은 그림을 책으로 소장하는 기분도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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