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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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은 일본의 소설가 '온다 리쿠'의 역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7년 서점 대상(일본 전국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선정)과 나오키상을 동시 수상의 이력 외에도 일본 내에서만 발행부수 60만 부에 이르는 인기 소설이기도 한데요. 예술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는 소설이기도 한 화제작이죠.  

좋은 기회에 출간에 앞서 가제본으로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요. '꿀벌과 원뢰(꿀벌과 멀리서 울리는 천둥)'라는 원제는 '천둥'이란 단어로 바뀌고, 표지는 일본판의 표지와 비슷한 컨셉을 유지해 원작의 묘미도 살렸습니다.  온다 리쿠의 다양한 매력 속으로 빠지고 싶은 호기심 많은 독자,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점쳐 봅니다.

ⓒ 꿀벌과 천둥_온다리쿠

 

 

일본의 클래식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있습니다. 유럽으로 유학도 많이 갈 뿐 아니라 해외의 유명 콩쿠르에서 일본인의 수상도 이례적인 사례가 아닌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노다메 칸타빌레' 탓인지몰라도 일본의 클래식 문화의 면역이 생겼습니다.  책 속 이야기 또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2009년 '하마마츠 콩쿠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여 한국 피아니스트의 위상이 높게 그려져 있어 읽는 재미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특히 '온다 리쿠'는 구상만 12년, 11년의 취재 기간, 7년의 집필 기간이라는 대장정을 끝낸 만큼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음악을 향한 네 사람의 재능과 경쟁,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양봉가인 아버지를 따라 떠돌며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16세 소년 '가자마 진', 전도 유망한 천재로 평가되었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무대를 떠난 소녀 '에이덴 아야', 유력 우승 후보인  엘리트 '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세월과 생계로 지금은 현역을 떠나 있는 28세 가장 '카시마 아카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음악으로 벌이는 끝장'을 유려하게 담고 있습니다.


"미에코는 왠지 모르게 오싹함을 느꼈다.

소년의 눈에 희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건 분명 쾌락의 절정에서 볼 수 있는 표정이다.

방금 전 무대에서 멍하니 서 있던 소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에코는 봐서는 안 될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공포는? "

P32

넷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가자마 진'. 나이도 어린데다 정규 레슨을 받아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연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거기에 세계적인 음악가의 추천서가 화룡점정. 제목 꿀벌과 천둥은  '가자마 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꿀벌 왕자란 별명과 천둥의 울림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각성 시키는 계기가 되니까요.


 

국제 피아노 콩쿠르란 무대 위해 피아니스트들은 비록 경쟁구도로 만났지만  음악의 힘을 알고 있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사실은 한 단계 발전하고 있음을요. 소설은 3차에 걸친 예선까지 한달음에 달려가며 엎치락뒤치락 쉽게 우승자를 가려낼 수 없게 합니다.


 

"마침내 클라이맥스 장면이 찾아왔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장엄한 마지막 장면만 남았다.

정중하게, 정확하게. 남김없이.

동시에 여력을 남기고, 여운을 남기고 결말을 털어놓는다.

서서히 멀어져 가는 히로인.

쓸쓸한 풍경.

아무도 없는 평원에, 수풀만 물결친다. "

P478


 

하지만 《꿀벌과 천둥》의 가장 큰 메시지는 날 때부터 천재인 부류와 9.99%의 노력이 만든 천재는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있는까란 질문을 던집니다. 음악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 속 네 주인공의 좌절과 환희,  열망은 모두  비슷하니까요.


 

소설 《꿀벌과 천둥》 콩쿠르 대회라는 소재를 통해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 피아니시모, 포르테, 안단테가 결합한 한곡의 클래식 같습니다.  텍스트가 움직이 듯한 착각,  피아노의 건반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클래식 음반을 듣고 있는 듯한 감동, 전율, 슬픔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쳐가는 것 또한 포함입니다. 인간 군상의 다양한 매력과 추리 소설, 스릴로 소설 작가로 알려진 '온다 리쿠'의 선입견을 없애기에 충분한 소설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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