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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예언》은 1983년 9월 1일 민간항공기인 '대한항공 KAL 007'이 사할린 부근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전원 사망(탑승객 269명) 한 사건을 다룬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입니다. 《무궁화 꽃피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 사건》, 《고구려》, 《사드》 등 한반도의 역사를 상상이란 드라마틱한 장치로 담아내는 '김진명' 작가의 신작이기도 한데요. 이번 소설 《예언》이란 제목으로 당시 얼어붙었던 소련과 미국의 이해관계 속 생긴 '민항기 폭파 사건'과 통일교 문선명 목사가 주장한 '통일'이란 주제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줍니다.
《예언》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에 쏠린 긴장된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소설이기도 한데요. 1983년에 일어난 미제 사건 속에 허구의 캐릭터 '지민' 의 동생 '지현'과 소련 조종사 '오시 포비치', '고르바초프', '김정일', '문선명' 등 실제 인물을 섞어 팩션의 묘미를 살렸습니다. 동생 지현을 죽인 자를 직접 처단하겠다는 강렬한 복수심을 품었지만 불발돼 미국 연방교도소에 수감되는 지민의 상황을 빠른 템포로 전개합니다.
"놀라운 일이었다. 최고의 공산주의 이론가이자 대학에서 오랫동안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강의해 온 라이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지금 생전 처음 보는 한 여사에게 결기 있는 고백이자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
P355
부모도 없이 오직 하늘 아래 남매만이 남은 상황, 어쩔 수 없이 입양 보낸 동생의 사망 소식에 오열하던 지현의 고군분투가 책의 1부 격이라면 2부에서는 우연히 수감 중이던 통일교 수장 '문선명 목사'와의 인연을 통해 공산주의의 종식을 예언한 과정을 다룹니다.
작가 김진명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저평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문 목사를 자연스럽게 소설의 캐릭터로 삼아 허구의 인물들과의 케미스트리를 발산하고 있는데요. 작가는 비록 유족에게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수반되는 역사지만 대한항공 KAL 007 여객기 사건으로 인해 소련과 공산주의가 붕괴하는 계기를 주었다고 평가합니다.
민간인을 태운 여객기가 어떤 이유로 소련 영공까지 직선으로 날아갔는지, '외무성 조칙(외무성이 각 행정기관의 대외 행위를 규율하는 규칙.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스페인을 비롯해 주요 23개국의 선박이나 비행기에 대해 공격 등의 무력 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반드시 서기장의 사전 재가를 받도록 하는 것)'에 들지 않는다지만 민항기에 대해 무력으로 격추시켰는지에 대한 이유는 속 시원한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죠. 이 사건은 국제관례를 무시한 사례로 전 세계의 규탄을 받으며 냉전을 가속화 시켰습니다.
"이 개새끼야, 국민 수백 명이 죽었는데도 빗자루 들고 청소하는 네 상판대기가 9시 뉴스에 제일 먼저 나오게 하는 네가 정말 사람새끼냐!"
P118
소설 속에서는 대한항공 KAL 007이 미국과 소련, 일본이 개입된 음모론 쪽에 힘을 싣고 있는데요. 냉전이란 상황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진실을 향한 묵인을 만들며, 결국 총체적인 고통을 동반하는지 글을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소설 《예언》은 현재 뜨거운 감자인 북한과의 통일에 관한 기대감과 1983년 대한항공 KAL 007 피격사건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합니다. 과연 마지막 문장인 문 목사의 예언처럼 2025년 우리는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요? 미제 사건으로 남겨진 역사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팩션이란 사실을 인지하고서라도 <예언>은 독자들을 자극하는 논쟁거리란 사실은 자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