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내몰린 아내들의 심정을 대변한 일본 정치사회 에세이인데요. 굉장히 발칙한 제목의 책,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남편의 무능함, 답답함, 어리광, 무관심을 참고 사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이야기라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도 사회와 가정의 의식변화가 불일치로 서로 고통받는 현실이 한국독자들도 공감을 일으킬 내용인 것 같습니다.

청년 고용, 여성 노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 저널리스트 '고바야시 미키'는 워킹맘, 전업주부, 중년 여성 등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는 아내 14인을 취재해 생각보다 심각한 가정 내 문제를 파고듭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회고록 같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실사판처럼 느껴지는 살벌한 내용들은 그냥 웃어넘길 수 없더라고요. 마치 기혼 여성들의 수다 안식처 '네이트 판'이나 시댁과 남편, 육아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판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사례들은 생각보다 곪어버린 일본 사회를 나타내는 지표처럼 보입니다.  


 

 

'맘고리즘(Mom+Algorithm : 여성이 육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겪는 고통)', '독박 육아', '기-승-전-육아로 귀결되는 육아에 지친 아내들의 속마음을 담은 일러스트가 씁쓸한 웃음과 통쾌한 한방을 선사합니다. 읽다 보면 이불킥하게 만드는  별별 유형의 남편들이 분노 게이지 자동 상승하게 되는 경험하게 할지도 모르니 주의하세요.

 

어쩌자고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걸까요? 14인의 사연을 듣는 동안 내심 두려움과 궁금증이 교차되기도 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있지만 가부장적인 체제 안에 갇힌 남편들의 사고방식은 아내들에게 짜증을 넘어 증오와 혐오, 살의를 느끼게 하는데요. 직장에 다니는 것과 부모라는 점은 모두 같지만 유독 여성만 중압감을 갖는 사회 풍토도 한몫합니다. '젠더 롤(Gender role)'이란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이 자연스러워지며 여성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혼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증이 자연스레 듭니다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지요. 일본은 결혼을 통해 완전한 어른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혼인으로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사회라는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이혼가정이란 낙인도 만만치 않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엄청난 양육비, 즉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치기 때문이죠.

 

전업주부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열등감 때문에 어떤 일이든 그냥 참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고요. 맞벌이 주부는 좀 더 복잡한 이유가 되어 이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들 중 태반은 '남편이 죽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말합니다. 노동 문제에 부수적으로 따른는 육아까지 결합해 살의를 느끼는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가사와 육아도 엄연한 노동이며 경제학적으로 '무상 노동'으로 평가되는 가려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수치심과 모멸감,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디며 아내는 복수의 칼을 갈고 있습니다. 사랑이 살의로 변하는 시간은 고작 30-4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퇴직하는 60대 이후가 되면 본격적인 해방감과 은밀한 복수가 진행됩니다.

밥을 알아서 차려 먹도록 하는 것은 예삿일, 병이 걸려도 간호하지 않는다거나, 차라리 보험금이라도 받게 죽으려면 사고라도 나서 죽으라는 말도 서슴없이 합니다. 우리나라도 황혼이혼이 부쩍 증가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특히 가부장적인 성향이 팽배한 베이비붐 세대의 남편들이 아내에게 버림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30-40년 전 기억도 나지 않는 말, 아내에게 무심코 뱉어온 말이 화살이 되어 본인에게 돌아올 줄을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사랑해서 결혼했던 감정이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부부의 문제는 양쪽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누구 한쪽의 잘못으로 시작된 게 아닐 가능성이 크거든요. 제목처럼 극단적인 살의를 품기 전에 서로에게 조금 더 다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전국 '데이슈간파쿠( 가정에서 지배권을 갖고 있는 남편, 가부장적인 남편, 폭군 남편을 일컫는 말)협회'의 대처법을 통해​ 배워 봅시다. 

 

사랑의 3원칙

고마워(라고 망설이지 말고 말하자)

미안해(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말하자)

사랑해(라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말하자)

이기지 않는 3원칙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길 수 없다.

이기고 싶지 않다.

(싸우지 않아야 진정한 용사이자 승자다)

 

'데이슈간파쿠 협회'의 아마노 회장은 "사실 가정 내 서열은 아내가 가장 높고, 그다음은 아이들이며, 세 번째는 반려동물이에요. 남편의 서열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내를 우러러 볼 수 있을 겁니다."라는 간단한 팁!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 보세요. 못한다 안 한다 어쩌고저쩌고 따지지 말고 실천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 듯, 말 한마디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돈도 시간도 안 드는 처방법,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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