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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704/pimg_7650201491685283.jpg)
여름 하면 스릴러의 계절, 낯설지만 독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설은 어떨까요? 아내의 죽음 후로 계속해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한 남자가 또 다른 희생과 마주하며 남아프리카에 산재되어 있는 인종차별과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페닉스(Feniks)'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사조를 이르는 말로 '죽을 수 없는 남자'라는 부제가 제목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돈 많은 염병할 백인 놈이 거짓말을 하잖아요, 경감님.” 페테르센의 눈 흰자위가 거대해지고 두 손은 떨렸다.
“아뇨, 아뇨.” 그 변호사가 타이르듯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니나베르는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있고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홋놋.” 니나베르가 말했다. 신문 광고 속 매력적인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 홋놋.”
P278
'홋놋이란 말은 '컬러드(그러니까 혼열)'인종을 비하하며 말하는 상황을 드러내기도 하죠.
어릴 적 인종차별주의자 아버지 밑에서 컸지만 인도주의적인 사상을 갖고 자란 형사 '주버트'는 아내의 죽음 후로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습니다. 치료를 위해 찾은 정신과 의사 ' 한나'와 사랑에 빠지며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원죄처럼 사건을 얽히고 설키게 됩니다. '디온 메이어'의 '형사 베니 시리즈' 시퀄(속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악마의 산》과 《13시간》의 '베니'와 그의 선배 '주버트'가 콤비로 등장하죠.
작가 '디온 메이어'의 첫 번째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오리온》, <프로메테우스》가 자리 잡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기도 하죠. 전직 기차 출신이라 사건의 다가가는 형식이 건조하고 사실적인 부분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주버트는 공통점이 없는 여섯 피해자를 추리해가며 단서를 잡아야 하는 상황. 사실 《페닉스》는 '디온 메이어'의 첫 데뷔작인 만큼 스릴러와 범죄 소설 특유의 박진감이 약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아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와 사회상을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예전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남아공 출신의 백인 '브로닌'때문에 백인 비율에 대해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남아공은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지배하는 백인 상류사회로 백인과 흑인 사이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사소한 부분일지 모르지만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자로서는 조금씩 공부해가면서 탐독하는 소설. 남아프리카의 사회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여 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세계의 소설이 궁금한 독자에게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