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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정혜윤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편지 받아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핸드폰만 톡톡하면 지구 반대편의 소식과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세상, 어쩌면 손으로 꾹꾹 써 내려간 편지는 구시대적 산물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날 위해 누군가가 편지를 써준다면 받는
기쁨, 읽어내려가는 설렘이 있는 흥미로운 일이겠죠?
그날
아침은 그만큼 순수했어요. 신화 속에서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눈앞에 펼쳐진 텅 빈 공간까지도 꼭 필요한 것
같았어요. 저는 그 텅 빈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고통스러운 일의 남겨진 모습이자 가장 좋은 일이 시작되는 모습이었어요. 막 사라진
것과 곧 도착할 것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P197
에세이스트 정혜윤이 전하는 그리스 여행 에세이《인생의 일요일들》은 휴가 간 친구가 보내온 편지 같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책입니다. 39통의 편지글은 숲 이야기를 전해주는 선생님의 편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쉽게 답장을 하지 못한 편지에 그리스
여행기를 담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된 일요일들.
일요일 아침 풍경, 느긋함, 단조로움, 냄새, 온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오후의 게으름처럼 우리 삶의
수많은 일요일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일주일일 동안 간절히 일요일을 기다리지만 정작 일요일 오후쯤이 되면 내일이 월요일이란 불안과
짜증이 반복되는 이율배반적인 요일이기도 하죠.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일요일인 완벽한 대칭의 요일. 낡은 자아와 새로운 자아가 교차되는 무수한
날들을 지나 인생의 월요일을 맞습니다.
두 번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변화하는 데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이 따른다는 말 아닐까요. 이전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어요.
P332
그리스 신화, 철학과 예술이 탄생한 국가
그리스를 여행하던 중 그들의 문화, 생활, 철학에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책에 녹여냈습니다. 여행은 때론 치유의 의식이기도 합니다. 반복되고
루즈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만나는 자기와의 대면은 인간에게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자가치유법을 배우기도 하고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이유를 전수받기도 한 그리스 여행. 몇 천년 전부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뇌했을 그리스인들의 생각과 감성적인 문체가 만나,
이른 오후 뜨거운 태양을 피한
한낮의 단잠 '시에스타' 같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