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
김채완 지음, 조원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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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이 따스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고양이 그림 동화를 만났습니다. 일본 속담에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라는 말이 있죠. 너무 바빠서 일손이 부족할 때 쉽게 쓰이는 말로 누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느긋하게 식빵을 구우며, 가르릉 가르릉 실컷 게으름을 피우는 고양이를 볼 때면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 《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는 쉴틈 없이 바쁜 현대인에게 잠깐의 여유를 주는 힐링으로 다가옵니다. 집안일에 지처 좋아하는 산책할 시간도, 드라마 볼 시간도 없는 엄마에게 휴식을 선사한 고양이의 손. "제 손이라도 빌려드릴까요?"라는 노랭이의 급제한에 감자기 성사된 고양이 손 빌리기 프로젝트.

 

노랭이는 까끌까끌한 혀로 접시를 닦고, 북슬북슬한 꼬리로 먼지를 털며 집 안에 있는 파리와 바퀴벌레를 쫓아냅니다. 아빠에게 드릴 주먹밥도 (털이 덕지덕지 묻지만) 만드는 집안일 신공을 보여주는데요. 오랜만에 집안일에서 해방된 엄마는 좋아하는 산책도 맘껏 하고 세상 돌아가는 아름다움을 만끽합니다. 앞만 보고 걸어왔던 때와 달리 세상은 고루고루 살펴보는 귀중한 시간을 만들었지요.

 

기분 좋아진 엄마는 싱싱한 고등어를 상으로 주었는데, 노랭이는 그 후에도 통통한 고등어가 먹고 싶어 아예 계약서를 만들었습니다. '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엄마와 계약서를 작성한 노랭이. 이제 제법 집안일에 요령이 생겨 파워 주부로 거듭나는 노랭이의 귀여운 모습이 덕력 폭발!

하지만 어쩐지 엄마는 이상해져 갑니다. 매일 잠만 자고 북슬북슬 털이 자라나기 시작했거든요.

 

아빠 또한 너무 바빠서 엄마에 몸에 털이 나고 엉덩이에서 꼬리가 나오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답니다. 어느 날 퇴근해서 '여보~'하고 부르니 뚱뚱한 고양이 한 마리가 반기는 겁니다. 어머나, 엄마가 고양이로 변했어요.

 

아빠는 그 후부터 고양이로 변한 엄마를 위해 매일 같이 털도 빗어주고, 집안을 하는 등 엄마가 해왔던 일을 도맡아 하게 되죠. 아빠도 바빠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집안일은 실로 엄청날 것입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엄마의 털이 줄어들고 다시 사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답니다.

 

귀여운 그림체와 간결하지만 힘 있는 메시지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따스하고 다정한 위안이 됩니다. 동화 속 간결한 메시지는 바쁜 일상에 치여 아름다운 세상을 감상해볼 시간도, 좋아하는 취미도 잊은 채, 야근과 주말 근무로 가족과 함께 할 여유도 없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멈춰 서 지금 순간을 즐겨요!'라고요.

매일 지친 어깨로 들어와 축 처진 뒷모습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아빠들에게 보내고 싶은 진짜 위로,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을 평생 휴가도, 임금협상도 없이 무일푼으로 하고 있는 엄마들이 노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동화입니다.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실체(목표)를 위해 사랑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봐 보세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닐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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