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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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란 소설로 한국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소설가 '피터 스완슨'의 신간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 나왔습니다. 가제본으로 미리 만나봤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심쿵쫄깃 그자체! 심장에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하는게 살짝 학대처럼 느껴지기도하지만. 재미있는걸요! 점점 더워지고 있는 날씨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늘한 휴가를 반강제적으로 당할확률이 높은 스릴러입니다. 이 강렬한 제목과 시뻘건 표지는 꺽으려 들수록 가시를 드러내는 매혹적인 장미처럼 느껴집니다.

 

 

 

 

"일시적인 삶이라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었어. 오드리로 사는 건 일시적이라고. 난 완전히 다른 사람,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됐지. 대학에 다니고, 성적도 좋고, 남자친구, 그것도 너 같은 남자 친구도 있고. 하지만 나들이 모르는 병에 걸린 것과 같아. 혹은 내 안에 시계가 있거나. 심장처럼 째깍거리는 시계. 이 시계는 언제든 종료 알림이 울릴 수 있고, 그럼 오드리 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녀는 죽고, 난 리아나 덱터로 돌아가야지. 지금 생각하니까 지난 학기가 꿈만 같다."

P238 

 

한국판 제목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오버랩되죠. 동화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제목을 보고 로맨스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원제 'The girl with a clock for heart'를 해석한 순간 SF 스릴러란 생각도 들법합니다. 시계 심장을 가진 여자라니, 일종의 타이머가 장착된 삶이란 말 같은데요. 리아나는 조지와 처음 만났던 20년 전 자기 마음 속에 시계가 들어가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던집니다.  아무튼 (국내출판사의 의도가 어떻던지간에 ) 책장을 펼친 순간 들었던 선입견과 의문이 끝까지 유지되는 긴장감이 장르소설의 쾌감을 갖습니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주인공 조지와 오드리(리아나, 제인)의 대학시절 일어난 사건과 20년 후 다시 재회한 중년의 조지와 리아나(오드리, 제인)의 사건이 교차됩니다. 한 커플의  20대와 40대의 사건을 보여주며 20동안 이어진 관계의 믿음과, 사랑, 믿음이 깨어지지만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종속성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읽는 동안 소설이 아닌,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선연하다는 것입니다.  당연 매력적인 캐릭터인 여자 주인공 리아나는 20년전 남자주인공 조지의 첫사랑이자, 쌍X(건축학개론의 국민첫사랑을 대하는 단어)입니다.

 

애증의 마음은 강렬한 첫키스의 달콤함이 끝나기도 전, (거짓말과 거짓신분으로)뒤통수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간직한 천사랑의 판타지 때문입네요. 사랑과 집착의 중간일지도 모를 감정을 밀랍안에 보관해 놓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는 판타지인거죠.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속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거야. "  -리아나의 말-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이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  - 조지의 말-

 

 

리아나란 본명(사실 이것도 본명이 아닐지도 모름)과 오드리, 제인이란 신분을 능수능란에게 바꾸는 재능은 타고났습니다. 타인의 신분을 쉽게 얻고 변신하는 능력은 <화차>속 '쇼코'가 보이고, 아름다운 외형과 매력으로 남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능력은 <나를 찾아줘> 속 에이미가 오버랩되는데요.

리아나의 불우한 가정환경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분세탁을 할 수 밖에 없는 명분도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필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마약과 도박 중독으로 성상납까지 해야했던 리아나의 과거, 그것을 지우고 새롭고 출발하고 싶다고해도 그 계획은 20년째 진행중입니다. 리아나는 20년 전 알게 된 오드리를 통해 가능성을 보았고 조지를 이용해 실현다고 있죠. 그로인한 피해자들의 희생과 트라우마는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기에 동정하거나 지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차 안에서 조지는 희열을 느꼈다. 단지 자기가 아는 오드리가 살아 있어서가 아니라 평생 바랐던 것보다 훨씬 더 기이한 일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마더 대학과 고향 집의 따분한 현실은 무지건조한 잿빛 과거로 물러났다."

P162

 

다만 작품 속에서 빛나는 엄청난 캐릭터의 희열을 만족하고 있는데, 누구든 리아나의 포위망에 걸리면 출구없는 매력을 경험할 수 밖에 없죠. 리아나의 최대 희생양이자 먹잇감, 물주, 호구가 되어준 조지는 스스로 이런 삶을 선택하는 듯 보입니다. 섬광처럼 다가온 첫사랑은 어쩔 수가 없었다치지만 , 어전히 리아나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행동은 본인의 의지치였으니까요.

"그보다는 인생 전반에 대한 감정 때문이었다. 마흔이 다 되어가니 세상이 서서히 바래가는 듯했다. 누군가와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거나, 출세를 하겠다거나,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가고 이런 기분을 입밖에 낸 적은 없었다. 어쨌거나 그에게는 안정된 직장이 있고, 보스턴의 좋은 동네에 살았으며, 머리숱도 그대로였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멍한 상태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냈다. "

p15

 

아마도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과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조지는 리아나라는 감독을 만나  엑스트라에서 단숨에 주연자리를 꽤차는 희열을 느꼈을 지도 모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경제적으로 안정된 부모 밑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던 조지는 지루함이 느껴졌겠죠. 끝날 줄 모르는 리아나의 거짓 과거와 원대한 계속 속에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착각에 빠졌을지도요.

 

 

 

"조지는 아까 만난 아이린을, 둘 다 절정에 도달한 후 아이린이 그의 목에 머리를 묻었던 일을 생각했다. 조지는 계속 그녀 안에 있었고, 둘은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었으며 아이린의 따뜻한 숨이 그의 쇄골에 닿았다. 리아나와 아이린의 이미지가 싸우고 섞이고 뒤얽히는 도안, 조지는 선잠에 빠졌다. "

P228​

이는 ​20년 후에도 계속 반복됩니다. 15년 동안 커플이었던  아이린과 팜므파탈적인 리아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지는 리아나의 숙주가 되어  아낌 없이 사랑을 고갈당하는데요. 조지의 사랑을 먹고  자라난 탐욕은 리아나를 더욱 매혹적인 장미로 만들어 줍니다. 마치 건강식을 추구하지만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중독된 맛은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덫이 된거죠.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종적을 감추며 타인의 삶을 자기 껏인양 살고 있는 레이나는 어쩌면 조지에게 나를 찾아줄 것을 강력하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영화, 원작 소설 <나를 찾아줘>나 <화차>를 인상적이게 봤다면 피터 스완슨의 《아낌없이 뺏는 사랑》도 분명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 것입니다. 에이미와 쇼코는 잠시 잊어주세요. 더욱 막강한 여우, 요물, 나쁜 여자, 꽃뱀 캐릭터 '리아나'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 입니다. 점점 더워지고 있는 계절에! 휴가지에 가져가야 할 단 한권의 책을 꼽는다면! 남성과 여성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에 적절한 소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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