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소년 만화시편 1
서윤후.노키드 지음 / 네오카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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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언어의 정수라고 일컫는 문학입니다. 단어와 문장, 시구 하나하나에 담긴 함축적인 뜻과 장이 주는 파급력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기 때문인데요. 시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만화가 만난다면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까요?

 

 

 

《구체적 소년》은 서윤후 시인과 노키드 만화가가 함께 협업해 '만화시편'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 시와 만화의 독특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입니다.  서윤후 시인의 첫 시집에 수록된 시 10편과 미수록시 10편을 담은 만화시편 1권은 만화-> 시-> 코멘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수 한 수 곱씹어 보면 곱씹어 볼수록 다른 느낌과 맛이 나는 시를 만화와 함께 느끼는 색다름이 있네요.

 

 

​샛 노란빛의 희망적인 표지와는 다르게 책 속에 가득한 흑백의 그림들. 함축적인 시를 어떻게 만화로 표현할까 내심 기대반 걱정반이었지만. 이는 이내 기우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술 중에서도 서로 대척점에 있는 시와 만화는 21세기가 되어 조우할 수 있었는데요. 생각해 보면 서로의 장르의 다름을 탓할 것이 아니라 공통점을 찾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와 만화 둘 다 상황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는 장점이 있지요. 시는 비유, 은유, 직유를 통해 각각의 은율로 짧은 시구를 만들어 내고, 만화는 칸칸이 나뉜 (혹은 칸이 없더라도) 종이 위에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그림으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비유적 수사이니까요.

 

 

 

전 국민적인 상처인 '세월호 사건'을 다룬 작품 '무사히'는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실감케 합니다. 포엠과 그래픽을 통해 '잊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품고 있는 우울함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인데요. 시인의 코멘터리를 읽는 순간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져 그날의 아픔이 생생히 되살아 났습니다.

시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와 의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동용이란 편견이 깨진  만화 또한 그래픽 노블처럼 성인이 즐기고, 풍자와 해학이 넘나드는 장르적 쾌감이 되고 있습니다. 만화시편 《구체적 소년》은 낯섦이 만든 부조화가 긴장이 아닌 신선함과 적절한 텐션으로,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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