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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헌팅턴의 미국, 우리는 누구인가
새뮤얼 헌팅턴 지음, 형선호 옮김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세계 경제 및 군사 대국, 자유와 기회의 땅이 상징과도 같았던 '미국'의 모습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기류는 9.11테러와 중국의 급성장,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귀결됩니다.
9·11사태 이후에 성조기가 넘쳐난 것은 미국인들에게 국가적 정체성의 외형이 커졌음을 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또 그와 같은 정체성의 실체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대도 의미할 수 있다. 국가적 정체성의 외형은 외부의 위협이 높아지면서 극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적 정체성의 실체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장기적이고 종종 상충하는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추세들에 의해 보다 근본적으로 느리게 형성된다. 미국의 정체성의 실체에 관련된 중요한 사안들은 9·11사태가 일어난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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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헌팅턴'은 앞서 《문명이 충돌》에서 말한 '문명이 세계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며, 가장 위험한 분쟁은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에서 발생한다' 주장했죠. 출간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사안을 좀 더 깊게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세를 예견한 듯한 저자의 현안은 즉, 미국 내의 앵글로 색슨 족과 히스패닉 등 다양한 문화와 인종 간의 대립 양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경 장벽 설치와 반이민정 책, 국수주의적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등 세계정세를 역행하는 트럼프 정부 기본 골자와도 닮았습니다.
그 본진은 미국 주류 계급(WASP, 백인, 앵글로 색슨, 개신교도)의 신념이 굳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자와 그들의 문화를 제거하고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다인종 국가의 정체성이 사실상 흔들리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국의 모습이 어떨지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원제는 'Who Are We'로 미국 정치학자 자신이 직접 조국을 들여다보며 정체성을 말합니다. 사실 정통 보수 애국주의자와 학자의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주제일 수 있지만, 서문에서 밝혔듯 가능한 객관적인 방식으로 증명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애국주의자 또한 불안한 정세를 가만히 눈뜨고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일 테죠. 도발적인 문체와 예지적인 분석을 통해 미국의 역사 즉, 어떻게 생겼으며 지켜지고 발전되어 왔는지,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를 진단해 볼 수 있습니다. 새뮤얼 헌팅턴 다운 세심한 연구 자료와 통계, 방대한 여론조사로 뒷받침되는 증빙 또한 꼼꼼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책은 미국의 정체성 변화를 통해 국제 정세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앞으로의 사회 모습도 조심스럽게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이민자들의 세운 나라라는 개념보다 훨씬 복잡한 미국의 민낯과 종교가 갖는 두 얼굴도 현 미국을 대표하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