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담담할 것! 씩씩할 것! 우아할 것! 반짝이는 나를 만들어 줄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의 가치들인데요. 책 좀 읽는다는 책 덕후들의 추천도서이면서  《온전히 나답게》 한수희 작가의 책. 매거진 '어라운드'에 매달 책과 영화에 대한 쓴 칼럼을 묶어 2015년에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란 제목으로 펴낸 책의 보증판입니다. 세종 우수도서에 2년 연속 선정, '어라운드'에 고정 팬층을 확보한 보증된 글빨이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한수희 작가는 책과 영화를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 인생을 걷는 법에 대해 쓴 것 같다, 그것이 궁금하고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써 내려간 글은 '담담할 것 ' 챕터에 동명의 제목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인생은 일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걷는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어떤 모양인지도 모르면서. 근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씩 처음에 그린 원에서 비껴 나고 있었다는 것을. 원이 아니라 나선을 그리며 걷고 있었다는 것을.

-본문중에서-

마음의 위로를 주는 글들이 마치 내 이야기를 써놓은 듯 마음껏 공감하고 웃을 수 있었는데요. 영화를 좋아하는 탓에 한수희 작가의 소장 영화, 추천 영화, 인용 영화에서 간직해온나만의 감성과 비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부분 필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영화가 많은데, 특히 느긋하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다룬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과 <안경>은 베스트 중에 베스트죠. 그런 식당을 꿈꾸며 열었던 '책과 빵'은 (비록 1년 6개월 만에 문을 닫았지만) 영화적 삶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작은 바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은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의 훈계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엄마나 언니의 조언이 아니던가.

P196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느리지만 삶을 음미하는 시선을 좋아합니다. 어쩌면 참 찌질하거나 극단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일상 하나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잔잔함과 포근함.  호불호가 갈리는 감독이지만 한국에도 꽤 팬이 많죠. 한수희 작가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봅니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와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주로 언급했는데요. 단조롭고 지루해 보이는 영화 속에 얼마나 많은 메타포와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고요. 영화와 책은 두고두고 나이가 들어 다시 꺼내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제야 알겠다. 이 영화가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진 이유는 바로 죽음 때문이라는 것을. 다행이다. 인생에 삶만이 있지 않아서. 죽음이 함께 있어서.

P242

어느 페이지를 펴도 갑자기 들어갈 수 있는 열리면서도 닫힌 글은 빠르게 변하는 정보의 홍수 속 밀도 높은 울림을 줍니다. 아플 때 꺼내 먹는 진통제, 해열제보다 아프지 않기 위해 챙겨 먹는 영양제 같았습니다. 아프기 전 내 몸을 보살피기 위해 먹는 알약, 약효가 미미하더라도 플라시보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곁에 두고 다독이듯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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