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고양이, 오후 -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애정
전지영 지음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가를 가르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세 고양이 (양쯔, 밋쯔, 카버)의 집사로 생활 중인 전지영 작가의 에세이. 표지와 의뭉스러운 제목에 이끌려 자석처럼 집어 든 책입니다.

 

느긋한 주말 오후, 표지 속 여성처럼 커피를 시켜 놓고 창밖을 살핍니다.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 지쳐 커피를 마시려는 찰나 크레마 속 들어와있는 하트 모양의 구름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었습니다. 삶은 항상 이런 식으로 예상치 못한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라떼 아트 못지않은 크레마 구름 아트가 만들어 낸 커피를 마시며  읽어간 에세이는 충만한 오후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탄산 고양이'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전지영 작가의 세밀한 기록, 사소한 애정에 관한 《책, 고양이, 오후》. 밤낮 없는 업무로 회복의 요가를 시작한 후 지도자로서의 책임, 세 고양이의 집사로서의 의무감,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시키는 표지의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여성들의 감수성을 챙깁니다.

 

요가를 하고 있는 필자도 상당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다이어트와 탄탄한 몸매를 위해 하는 보여주기 식 요가가 아닌, 나의 몸을 바르게 정렬하고, 휴식과 채움의 미학이 있는 정신 수련의 요가. 그 은근한 동질감이  읽는 기쁨을 더합니다.

 

 

그리고 만나는 보석 같은 일러스트.  지금 이 순간, 혹은 누군가의 순간이 될지 모를 짧은 글과 그림은 작은 위로가 되죠. 독서는 분명 읽기 전에는 혼자 하는 행위지만 읽고 나면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신기한 현상 같아요. 결국 책을 가까이한다는 것은 외롭지 않게 고독을 즐길 수 있다는 특별한 의식 같은 것.

 

누구라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혼자가 아니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프롤로그〉 중-

 

 

혼자만의 일상과 읽은 책의 느낌을 엮어 조근조근 담소하듯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삶을 뒤흔든 열 명의 소설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데요. 그 작가들 틈에서 멀찍이 떨어져 제3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전지영 작가의 필력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애정'이란 부제와 일상,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감성으로 채워진 《책, 고양이, 오후》는 느릿한 미학을 함께 하고 싶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

그것은 영원이 아닌

순간에 대한 애정이다.

_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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