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사회의 인간 군상을 다룬 작품이 유독 많은 작가 '오쿠다 히데오'. 다양한 작품을 써왔지만 이번 책  《버라이어티》은 특별한 탄생 비화를 갖고 있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와 직접 대담을 나눈 일본 배우 '이세이 오카다 (영화<사일런스>에서 이노우에 역을 맡음)'의 삽화가 만나 키치적인 성격도 있고요. 일본 작가 겸 배우 '야마다 다이치'는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작가를 들었다 놨다, 거침없는 이야기를 열어갑니다. 

 

《버라이어티》는 여러 출판사에 흩어진 원고들을 편집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만들어진 단행본이자 작가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편집자들이 없었다면 그냥 '오쿠다 히데오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떠돌아다녔을지 모를 일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작가 후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란 무릇 '창작과 마감'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단명하는 직업임을 작가 후기(이자 변명)에서 알았네요. 이에 오쿠다 히데오는 '악마의 길'에 비유하며 힘든 탈과 과정을 핑계 삼아 엄살을 피웠지만 독자들은 압니다. 오쿠다 월드에 입성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것을요. 

 

세상은 만만치 않다. 권력을 가진 자가 조금이라도 악의를 품으면 밑에 있는 자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유명한 회사에 있었기에 그런 당연한 것을 몰랐다. 어쩌면 자신을 원망하는 업체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 있을 것이다. 밟고 선 자는 밟힌 자의 고통을 모른다. 가즈히로는 자신의 부족한 상상력을 잘 알게 되었다.

p57-58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라는 일본 사회 속 샐러리맨의 삶을 농밀하게 훑습니다. 읽는 동안 마치 주인공 '나카이 가즈히로'가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안정적인 회사에 불만을 품고 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나아키의 속 마음은 모든 직장인의  로망이자 꿈이라는 것을요. 여기만 때려치우면 꽃길을 걸을 것이라던 자신감은 곧 악전고투의 위기를 만나 사그라집니다. 전 직장의 상사와 고도의 심리전도 피할 수 없는 과정,  차츰 어엿한 오너로 성장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매번 고맙습니다'와 함께 읽어도, 독립적으로 읽어도 좋은, 묘한  단편입니다.

 

 

《크로아티아 VS 일본》은 축구 경기를 앞둔 상대편의 심정으로 쓴 글인데요. 축구 경기만이 아니라 대결구도의 상황에서 상대편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일전이면 두 나라다 열을 올리고 응원해 마다하지 않는 상황을 떠올라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크로아티아'였을지 의문이 생기려던 찰나 (작가 후기를 참조) 실제 독일 월드컵 대회의 상황을 그렸다고 합니다.

 

 

날씨가 좋아서 아들과 외출하기로 했다. 어느덧 봄이었지만 목표하는 바도 없어서 계절의 변화가 공허하기만 하다. 애타게 기다리는 뭔가가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P219

 

옴리진교의 일원을 숨겨 주고 있는 여인 '교코'에게 연민 혹은 동질감을 느끼는 '에이코'.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도망쳐온 여자들을 받아주는 어느 가게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도시코'라는 육십 대의 우두머리 종업원에게 매번 잔소리를 독차지하는'교코'가 가여워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이내 거짓말로 꾸민 교코의 사정을 알아버린 후 끊임없는 의심과 상상을 하게 되는 교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 또한 위기에 처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단편 《더부살이 가능》는 남편을 피해 도망친 처지는 잊은 채 타인의 처지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호기심을 다뤘습니다.

 

제목처럼  《버라이어티》한 작품들의 모음집.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라며 격하게 반기고 싶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써 내려갔던 오쿠다 히데오의 찰나의 유머와 해학의 결정체입니다. 긴 글 읽기에 지루함과 탈 집중력을 호소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매력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 같습니다. 작품집은 7개의 단편과 2편이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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