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없지만 순례자의 길에 관심이 많습니다. 21세기 이후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숙명처럼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한 책과 영화를 접한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언젠가는 떠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로 작성해 보았던 그곳!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
그들은 유럽인이거나 일본인이기도 했으며 이번 책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은 한국인 화가 '류승희'씨의 필체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성지순례 온 사람, 인생이란 벼랑 끝에서 길을 오른 사람, 자신을 만나기 위한 사람 등 각양각색의 세계인을 '길'이라는 무대로 부르는 장소가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입니다.
산티아고는 종교사의 실존 인물로 '야고보 성인'을 가리킵니다. 사도 야고보는 예수의 삶에서 가까운 측근으로 사촌지간이기도 한데요. 41년~44년 사이 헤로데 왕의 그리스도교 박해가 시작되면서 제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순교하며 교회 사상 첫 번째 순교 성인이 되었습니다. 당시 야고보는 예루살렘을 떠나 땅끝(오늘날 스페인 갈라시아 지방) 지역까지 선교하러 갔는데, 당시 박해가 심해 전도자 수는 10명이 채 안되었습니다.
카미노의 상징인 '가리비 조개'는 중세 시대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순례를 마쳐야만 가리비 조개를 지팡이에 달 수 있었는데, 진정한 순례를 마친 증표가 되었습니다. 가리비 조개는 야고보 성인 시신이 실린 배가 풍랑을 맞아 뒤집히려고 할 때 수많은 가리비 조개가 배를 보호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길 위해서 반갑게 맞아주는 조개 모양의 표식을 만날 때마다 불굴의 가리비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산티아고를 가는 길 중 프랑스 길 '르 퓌 앙 블레'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950년 , 첫 순례자 고데스칼크가 걸었던 루트인데요. 프랑스 르 퓌 앙 블레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의 '르 퓌 길(르 퓌 앙 블레-론세스바예스)과 카미노 프란세스를 합한 길입니다.
계절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순례를 맞는 길을 저자는 여름에 걷습니다. 고난을 자처하는 듯 보이지만 '르 퓌 길'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15개나 되는 세계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의 길. 자연을 중시하는 중세의 매력, 미적 감각을 타고난 프랑스인들의 문화과 함께 들꽃, 산, 안개, 지천에 깔린 과일, 소와 걷는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르 퓌'길과 스페인 '카미노 프란세스의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스페인 농부는 소박하고 프랑스 농부는 부유하다. 그런 점이 길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르 퓌 길에서 물을 달라고 하면 수돗가를 가르쳐주고 카미노 프란세스에서는 시원한 물을 내준다. 죄다 그런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 스페인은 콜럼버스 덕에 금이 많아 성당이 대부분 잠겨 있고 프랑스 예배당은 전부 열려 있다. 고독을 즐기기에는 르 퓌 길이 좋고 카미노 프란세스는 길의 정신이 강하다'라고요. 결론은 길의 아름다움은 프랑스 쪽이 우월하고 길의 정신은 스페인 카미노 프란세스가 더 깊다'라고 평하고 있네요. 경험 없는 독자는 그저 상상만 할 뿐, 언젠가는 그 길 위에서 감탄을 쏟아낼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인생을 흔히 길에 비유합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듯, 갈림길과 투박한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거겠죠. 여행 에세이는 읽고 나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후유증이 생깁니다. 이번에도 오래갈 듯싶네요. 하지만 홀연히 티켓을 끊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충분한 체력과 준비로 길 위의 인생을 배우길 바랍니다.
부엔 카미노! (Buen camino) 좋은 길 되길! 참고로 영화 <나의 산티아고>를 같이보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