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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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과거(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역사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해를 거듭하며 끊임 없이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2015년 건명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그해, 역사가 바뀌다》는 인류 역사에  대변혁의 해였던 네 숫자(1492,1820,1914,1945)를 주제로 다양한 담론을 꺼냅니다.


#1942년, 근대 유럽의 심성 세계 탐사

1942년 콜럼버스의 항해는 근대 유럽 문명의 약진을 가져왔습니다. 그 해는 스페인의 무슬림 척결이라는 의미도 상당한데요. 진취적인 항해사의 이미지가 강한 콜럼버스의 내면을 해부해 봅니다.  독학으로 이룬 지식은 지구는 둥글지만 육지보다 바다의 비율이 낮다는 잘못된 지식으로 이졌고,  이는 당시 근대 유럽 사회의 중요한 정신이었던 에덴동산을 찾는 일을 시작하는 계기가됩니다.

 

콜럼버스의 출신과 과거도 사실 알려진 것과 다를지도 모릅니다. 콜럼버스는 사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훗날 크리스토퍼 성인을 본받고자 하는 의미로 자기가 태어난 날의 수호성인 이름을 붙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로 칭합니다. 성인의 삶과 동일시하는 강한 자부심과  (희박한 성공 확률에도 물러서지 않고)  에스파냐 여왕 이사벨의 후원을 받아 대항해를 떠나죠. 그는 예수의 뜻이 바다 건너 이국땅까지 전해져야 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었으며, 현대로 따지면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인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콜럼버스의 초상화는 상상에 의해 그려졌을 경우가 크며,  업적은 19세기 작가 '어빙'에 의해 신격화된 부산물이라고 합니다. 콜럼버스의 미대륙 발견은 미 건국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던 거죠.

 

#1820년, 동양과 서양의 확연한 경제적 차이 발생

 

예로부터 경제적 부국은 '바다'를 끼고 시작되었습니다. 15세기만 하더라도 세계 부국이었던 중국은 정화 원정대를 마지막으로 바다를 버리고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반면 유럽은 중국이 버린 바다를 무대 삼아 지배자의 면모를 키워나가도 있었는데요. 문명 교류의 세 가지 이동 수단이었던 수레, 배, 카라반을 통해 왕좌의 자리를 굳힙니다. 그러던 중 소비혁명, 산업혁명의 발족으로 동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얻게 됩니다.

 

1820년은 동서양의 운명을 가른 대분기 해를 의미합니다. 일찍이 중국은 통합되어 있었고, 유럽은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는데요. 흔히 생각하기에 통합되어 있으면 훨씬 발전에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세계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이 서로간의 부국강병 경쟁을 하느냐, 강력한 힘을 키우며 동양과의 격차를 벌인 두 번째 변곡점으로 보는 겁니다.

 

#1914년, 인간의 손을 타기 시작한 자연의 불균형

 

점차 인류는 발전이라는 핑계로 자연을 파괴하기 이릅니다. 1914년은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파나마 운하가 개통된 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서 10조에 육박하는 개체 수를 자랑하던 나그네 비둘기가 멸종된 해이기도 합니다. 이는 인류의 이기심으로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해이기도 한데요. 인디언들의 세계관을 빌리자면 '피마다지윈(pimadaziwin: 세상은 본래 인간과 모든 동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사는 상태)'한 세상이 끝나고  유럽인들의 침략으로 평화가 종식되었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넘어온 생태계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간의 개입은 엄청난 변화를 겪습니다.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설명할 때 '생물학적 교환(생태계 요소들 간의 이동)'이 유용한 개념이 됩니다. 동식물 혹은 세균들 간에 생태 요소들은 야생의 상태에서도 종종 이동하기 마련인데, 근대 이후 인간의 이동이 활발해지며 다양한 생물종들도 옮겨가게 됩니다. 그예로 뉴질랜드 하면 떠오르는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들은 유럽에서 통째로 들어온 생태계입니다. 풀, 양, 목초지를 위한 벌(bee)까지 말입니다. 미국 또한 잡초 중 반 이상이 유럽산이며 호주의 야생 낙타도 유럽에서 들어왔습니다. 복숭아 또한 유럽 사람들이 플로리다로 복숭아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먹고 버린 씨에서 무성하게 싹터 복숭아밭이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원주인들의 주식으로 이용할 정도였다고 하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생태계는 놀랍도록 무섭습니다.


 

# 1945년 인간의 폭력의 유효기간

 

인류는 끊임없는 전쟁의 역사를  두 가지 군사혁명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습니다. 군사 역사가 '제프리 파커'에 따르면 한 번은 고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일어났고, 한 번은 근대 유럽에서 일어났다고 하는데요. 춘추전국시대는 제국 질서를 낳았고, 근대 유럽의 2차 군사혁명은 제국주의로 귀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는 지구에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지구에게 골치덩어리일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 척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계체 증식으로 인한 폭력과 전쟁. 그 증오와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평화의 방법은 없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게 합니다.


 

기계화와 문명화란 큰 틀에서 총 4가지 변곡점으로 세계사를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관점의 접근은 다양한 담론과 미래제시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족으로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일들이 속속 현실이 되고 있는 지금, 과거를 돌아보고 반복되는 문제점을 점검하며 새로운 인류의 방향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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