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이 만들어 낸 법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사람이 만든 법 앞에 사람이 평등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요즘은 어째  더욱 돈과 권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기록이라는 부제로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강압수사, 건조한 표정, 딱딱한 모습의 검사를 상상했던 필자는 에세이 형식의 글을 접하고 살짝 당황했습니다. 저자 안종오 검사가 써 내려간 기록들은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깃든 기록'이었습니다. 죄를 미워할지언정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나는 사례들은 찡한 감성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검사나 판사가 과연 인과의 사슬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명확하게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우리네 의무라면, 삶과 죽음의 문제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불명확성을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네 숙명일 것이다. 불명확성을 견디는 힘, 그러한 용기를 갖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래야 가끔은 악마를 법정에 세울수 있다.

P124

16년 동안 보아온 수많은 판례를 풀어놓으며  자전적 성찰도 끼워 넣습니다. 저자는 우연히 서점에 들렀다가 '글쓰기 책'을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만큼 글쓰기란 작업에 매료되었고, '나만의 이야기'를 쓰라는 책 속의 가르침이 본인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가장 잘하는 이야기는 뭘까 고민한 끝에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을 출간했고, 출간 직전 검사를 사임하며 현재는 평범한 중년으로 살고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입에 착 달라붙는 달달하고 진한 인생을 즐겼다. 이젠 좀 바뀐 것 같다. 인생이라는 커피는 아주 진한 것도 아주 약한 것도 아니고, 그저 용기 한 스푼과 노력 한 스푼이면 아주 살맛 나는 향기를 낸다.

P16

기록은 하돼,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은  비밀스러운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 차근차근 사람 사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반부는 어떻게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가족의 따스한 품이 주는 의미,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의 스트레스 등 본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기록(글쓰기)이 주는 치유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드라마틱한 인생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운명이었는지 우연히도 책을 읽은 날, 탄핵 선고일 입니다. 법 앞에 무소불위로 전지전능했던 대한민국의 리더가 법의 심판대에 오릅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운명의 선택이 몇 시간 후면 결정됩니다. 온 국민이 그들의 결정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평등함이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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