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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지막하게 늦잠에서 깨어난 주말. 아침 겸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한 사색과 여유를 즐겨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물기 없이 건조해 먼지가 날 것 같은 팍팍한 마음에 미세한 미스트를 뿌린 듯 촉촉하고 유순하게 만들어 주는 책을 읽는 즐거움도 오랜만입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료한 주말 오후 따사로운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읽어갔던 책입니다. 감성을 자극하는 글귀와 공감하게 되는 일상과 여행이야기는 '다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다독여주는 친근한 언니 같았습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일을 하루를 마치는 시간 몰래 일기장에 새긴 것처럼 사적이고 감성적입니다.
상대를 향해 쏟아 내는 고백은 어쩌면 평생을 걸쳐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일지도 모른다.
P174
책은 《도시에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개정판으로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새와 나 사이에 있었던 그날의 고백'을 들여놓으며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외로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다독임, 화가 난 누구에게는 진정제 같은 맑은 차 한 잔,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이에게는 냉정을 찾아주는 차가운 탄산수처럼 다가옵니다. 어느 때 읽어도 공감하며 고개가 주억거려질 31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사회에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 사양이었다.
어린아이에겐 다소 벅찬 미덕이었던 최선이
어른의 세계에선 당연한 전제였다.
그래서 혼잣말을 한다면 모를까,
다른 사람 앞에선 섣불리 최선이란 말은 꺼내지 않게 됐다.
-'최선'이라는 말이 전부 담아내지 못하는 것 P100-
나의 모든 힘을 쏟아내면 누구보다도 바쁘게 살아 움직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장사가 있을까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지만 그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위로가 되는 글 귀들이 가득합니다. 읽는 동안 전율하게 하는 글 귀를 나만 볼 수 있게 옮겨 적고, 곱씹어 보며 다를 달래던 오후. 그렇게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왔지만. 외롭거나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두려움을 이내 사라졌습니다.
정희재 작가의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위로받고 싶은 날, 나에게 잘 해주고 싶은 그런 날에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가까이에 두고 싶습니다. 그때마다 책은 이런 말을 해줄지도 모릅니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누구든지그래. 괜찮아 삶은 항상 완벽하지 못한 허점 투성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