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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평점 :

역사학자를 방불케 하는 투철한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있는 '김진명' 작가. 그가 시작한 카카오스토리펀딩(김진명의 대한민국 7대 불가사의)은 목표액(1억 원)을 채워 전 연령층이 쉽게 읽고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만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이 날로 심해지고 있고, 안으로는 국정교과서 문제까지 들썩이는 가운데 김진명 작가의 새로운 시도에 국민들은 환호했습니다. 더불어 전국의 도서관에 무료 배포한다는 의미 있는 공약도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뜻깊습니다.

첫 번째 파일부터 굉장한 관심이 생깁니다. '대한민국'의 한(韓)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한국의 국민이지만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은 대한민국의 국호 한국의 비밀에 대해 풀어갑니다.
가장 처음 '한(韓)'이라는 글자를 국호에 쓴 건 대한제국 때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제국 국호는 《조선왕조실록》중 <고종실록>에 언급됩니다. '삼한(마한, 진한, 변한)을 잇는다'라는 뜻으로 대한제국 국호를 택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국호를 보면 번성했던 나라를 잇는다라는 의미로(고구려-고려/고조선-조선) 짓는 경우가 있는데 삼한은 변변치 못한 나라였고, 이에 큰 의문이 생긴 작가는 일단 중국의 사서, 서간 등을 뒤져 '한(韓)'의 기원을 찾고자 합니다. '한(韓)'이라는 글자는 뜻밖에도 중국의 사서삼경 속에 있었는데요. 《시경》 <한혁편>의 '한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후'라는 인물이 한국인이 아닐까란 상상에서 접근합니다. 흔히 《시경》에 나오는 '한'나라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한'이라는 나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연대적인 모순점이 있습니다. 추적의 추적을 거듭하며 고서를 뒤지던 중 중국 동한 시대이 왕부라는 대학자가 쓴 《잠부론》 <씨성편>에 기록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이 내내 극적으로 결속됩니다.

<씨성편>은 세상의 모든 성씨를 기록한 책으로 바로 여기에 한 씨 성의 유래에 '한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에 작가는 일본인들의 주장대로 한반도에 갇힌 민족 고조선이 아닌, 중국 대륙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를 일을 첫 이야기에 담고 있습니다.
만약 이 역사가 더 연구되어 팩트화 된다면 한자의 기원 또한 풀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조상은 한자와 한글이라는 두 가지 문자를 만든 대단한 민족이 되는 걸까요? 이는 마지막 파일 '한자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결국 국호 '한'의 유래를 시작으로 한자의 주인을 찾는 글자 전쟁으로 마무리되는 순환적 구조를 이룹니다.
그 밖에 생각지도 못했거나 의문을 품었을 법한 파일이 독자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복형 제거 지시를 실행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북한 권력의 실체를 다루는 법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김정은 과연 폐륜을 저지르는 괴물인가, 군부의 꼭두각시일까,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입니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역사의 패자가 아닌 당당한 주인공으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역사적 관점이 흡입력을 높입니다. 또한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역사를 만화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려는 방식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독자층을 이룹니다.

숨 가쁘게 일곱 가지 엑스파일을 열어보니,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이 스쳐갑니다. 이 파일들은 팩트와 상상력이 만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글자 전쟁》, 《신 황태자비 납치 사건》, 《하늘이여 땅이여》 등으로 탄생했습니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을 읽고도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면, 작가의 소설들을 정주행 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힘 있는 문체와 빠른 흡입력으로 '살아 움직이는 한국사', ,팩션의 교과서'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