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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의 마지막 날들 ㅣ 버티고 시리즈
제임스 그레이디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개봉한 '이안 맥컬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는 '미치 컬린'의 원작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홈즈의 삶은 어땠을지에 초점이 맞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은 조각나고 날카로운 눈썰미는 무뎌졌지만 본능과 직감으로 따라가는 추리력은 건재함을 확인시켜 주는데요.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콘돌의 6일》의 '제임스 그레이디'가 40년 만에 발표한 《콘돌의 마지막 날들》 은 첩보요원의 노년이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 집니다. 1949년 생인 작가는 또 한번 콘돌을 페르소나 삼았으며, 자신의 유효함을 과시하는 무언의 목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책은 비밀정신병원에서 퇴원 한 후 정부의 감시 대상된 첩보요원을 담고 있습니다. 배경은 첫 소설(콘돌의 6일)의 냉전이 끝나갈 즈음인 1970년에서 2013년 보스턴 폭탄 테러 즈음으로 훌쩍 건너뜁니다. 오랜 정신병원 생활과 약물들로 자신까지도 의심하게 되는 온전치 못한 상황 속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살인자라는 오명에 뒤집어쓴 채 쫓기는 신세로 전략한 콜돌. 결국 또, 함정에 빠진 겁니다. 수많은 첩보 영화에서 기본 소스로 사용되는 (조직에서 배신 당한 요원이 음모를 파헤치며 접근한다는) 내용은 콘돌 시리즈를 고전이라 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일 힘든 일.
기다림.
적절한 순간을 위한 기다림. 적절한 움직임, 곧 등장할 표적을 위한 기다림.
P28
실제 현장 훈련을 받아보지 않았던 요원이지만 책에서 습득한 이론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콘돌에게 정신분열은 사형선고나 같습니다. 모든 것이 피폐해진 노쇠한 남자 앞에 남자 앞에 구원투수가 등장합니다. 페이 요원과 그의 남자친구 크리스까지 합세해 콘돌을 돕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희생양이 생기고, 콘돌은 자신을 궁지에 몬 세력이 무엇인지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도망가고 있습니다.
'본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과 치밀한 구성은 첩보물의 클래식이라 불릴 '제임스 그레이디'의 영향을 받았을 겁니다. 책은 영화나 소설에서 보아온 흥미진진하고 빠른 템포감은 덜어냈습니다. 본인의 정체성과 혼란과 고뇌, 인물의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어, 다른 스파이의 모험담과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적대 세력. 적들. 그녀와 콘돌을 표적으로 삼은 암살단.
그게 지하철 전투에 있던 자들이었다.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올바른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요원들이 아니었다.
전투를 되새겨봤다.
"경찰이다!"나 "연방 요원이다!"나
"꼼짝 마!"라고 외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복인가, 실수인가?
P277
'콘돌'은 그의 코드네임으로 감독 '시드니 폴락'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1975년 영화 <콘돌>로 냉전 막바지 1975년 함정에 빠진 CIA 자료조사요원을 주인공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콘돌을 다시 40년 만에 소환한 작가는 주인공이 느낄 혼란을 고스란히 독자도 맛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콘돌의 마지막 날들》을 읽고 나니, 콘돌의 전성기를 담고 있는 《콘돌의 6일》, 《콘돌의 그림자》, 《콘돌의 다음 날》도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