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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의 파편
이태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2월
평점 :

《허공의 파편》은 이태산 작가의 데뷔 소설입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작가 이름이 어딘가 비슷하고, 담배, 음악, 야구를 좋아하며, 여성편력,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관에 영향받은 작가. 어찌 보면 자전적인 소설이며 성장소설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60이 넘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청년의 소재로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한 소설들이 많다면 이태산 작가는 청년 그 자체가 느꼈을 고뇌와 좌절, 방황을 표현하고 있기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소설이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와 누이를 잃은 태산은 일찍이 상실의 슬픔을 알고 있습니다. 사춘기의 남자아이들이 느꼈을 법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배 이상으로 겪은 태산은 까칠한 성격 탓에 고교 야구부에서도 일명 돌아이로 불립니다. 하지만 야구부의 라이벌이기도 한태일과 여자친구들(이지은, 한유라) 함께 성장하고, 질투하며, 사랑을 나누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나는 너를 위해서 너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나의 감정을 위해서 너를 돕는 거야.
책의 표현이 다소 거칠고 난해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아니,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분들은 기시감을 느껴질 것 같습니다. 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교차하는 세계관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누구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다르듯, 주인공의 공허한 부분 채우는 방식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목 《허공의 파편》은 마치 강속구 공에 맞은 후 산산이 조각나는 야구배트를 연상케 합니다. 질풍 노도의 시기를 겪은 주인공 태산의 젊음도 슬픔을 잊기 위한 하나의 의식으로 간주됩니다. 그때의 자신만만함은 어쩌면 허세라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었으며 한 뼘 더 자랐을 때 내려다보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과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