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영수증 -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진 스물다섯살 여자아이 이야기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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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을 가진 《정신과 영수증》. 정신(이름) with 영수증이란 뜻을 (필자처럼) '정신과(psychiatry)'로 착각한 독자들을 위해 서두에 밝힙니다. 마음의 병이 났을 때 가는 병원 영수증이 아닌, 스물다섯의 '정신'이란 여자아이가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본 몇 줄의 단상을 기록한 사진 에세이입니다.

 

책은 2001년의 영수증과 짧은 기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2001년 작업을 시작해 2004년 출간되었고, 2015년 재출간 되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아직도 '정신과 영수증'으로 인스타그램 인증이나 문의가 참 많이 왔다고 합니다.

당시 찍어 두었던 사진들을 지금 보아도 손색 없이 감각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어쩌면 시 같은 글과  단상들은 외계어 같기도 하고. 끄적이는 메모 같기도 합니다. 정신 저자와 지인들과 함께 한 소소한 기쁨, 슬픔과 의뭉스러움을 알아가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요즘은 환경호르몬이 나와서,  종이를 아끼자는 차원 등으로 영수증이 천대받고 있는데요. 필자도 한참 동안 참 많은 영수증을 모았으며 그날그날 다이어리와 가계부에 붙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그때의 나로 소환되는 즐거움을 경험했는데, 버렸던 영수증 중에 가장 아까웠던 '영화 표'가 생각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희미한 영수증을 해독해보며 참 많이도 웃었습니다.

 

현재 영화 표가 영수증을 대신하는 정도의 기능만 하지만,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감각적인 디자인의 표가 극장의 상징 같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땐 티켓에 영화에 관한 단평을 적기도 했고,  동행인의 이름을 적어 소중한 시간을 간직하려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구입처와 구입 상품, 가격이 적힌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는 일은 사실 번거롭습니다.  아예 계산할 때  '영수증을 버려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전자 영수증으로 바꾸기도 하는 등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지만. 이렇게 모아둔 영수증을 천천히 살피며 '맞아.. 그땐 그랬지, 그땐 삼각김밥이, 영화 티켓이 얼마였구나. 참 물가가 많이도 올랐네'라고 반추해보기도 했습니다.

 

오늘 집에 가서 할 일이 생겼습니다. 유일하게 다시 모으고 있는 영화 티켓을 정리해 보려고요. 주황색 이케아 박스에서 아무렇게나 잠자고 있는 영화 티켓(영수증)을 쳐다보며. 당시 영화에 대한 느낌, 옆 관객의 무매너 , 맛있고 즐거웠던 팝콘과 콜라의 기억을 더듬어 볼까 합니다. 

품목(텍스트)과 가격(숫자)이 적인 영수증에도 어쩌면 삶이 스며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버리기가 힘들어지는 그런 날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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