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굽은 팔 - 굽은 세상을 펴는 이재명의 삶과 공부
이재명이 말하고 서해성이 쓰다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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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다가온 대선 시즌답게 '이재명' 성남 시장의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이재명의 굽은 팔》. 정치에 관심이 그리 많지 않아  '사이다 발언하는 성남 시장'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후보로 나온 이상, 찬찬히 대권 주자들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재명 후보의 삶은 앞서 이야기한 굽은 팔과는 다른 의미라는 것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이재명 후보와  서해성 저자가 만나 인생담을 나누며 쓴 풀어쓴 전기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한 공부 모임 '해와 달'(밤 낮으로 부지런히 공부 하란 뜻)의 발제를 정리하였고, 그가 세상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담았습니다.

영양, 봉화, 안동이라는 세 곳이 만나는 청량산 자락 지통 마을에서의  이야기와 쫓기듯  성남으로 와야 했던 가족들의 삶, 일찍이 집의 보탬이 되고자 소년공이 되었던 때, 그리고 재학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 들은 (반드시) 시대순이라기보다는 이 후보의 기억을 더듬어 쓴 듯합니다.

소년공이나 너무 가난한 사람들은 꿈이 없는 게 아니라 꿈을 꾸는 법을 알지 못했다. 끊임없는 좌절은 자기 저주를 뼈에 새기게 했던 것이다.

P65

 

이재명이란 이름도 없이 남의 이름을 빌려 (당시 아직 어려 본인 호적으로 일할 수 없었음) 가난과 노동으로 보낸 소년 공 시절은 인생을 이어온 큰 버팀 몫이자 큰 획이지 않을까 합니다. 중학교로 진학 대신 다니던  공장에서는 기술만 배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 대하는 법, 노동의 가치, 삶의 방향, 세상 살이 이치, 그리고 굽은 팔과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병을 얻은 것도 이때입니다


내게 학교는 수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미였다. 아니, 공포였다. 그래도 지독히도 좋은 게 한 가지 있었다. 책을 모아놓은 곳, 도서실이었다. (중략)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 없는 도서실은 유일하게 몇 시간 평화가 유지되는 나의 도피처이자 자아의 자궁이었다. (중략) 내 소년기  독서는 교무실 옆에서 시작되었고, 거기서 끝이 났다.  성남에 올라온 뒤에는 공장을 다니느라 따로 책을 읽을 겨를이 없었다.

P29

​책을 좋아하는 이 후보는 《태백산맥》,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만인보》를 추천했습니다. '문학은 정녕 나를 나로 있게 하는, 망가진 세상을 인간으로 품게 하는, 패배와 굴욕에서조차 빛을 찾아내는 지혜요, 등대다. 오늘도 나는 등대에 불을 켠다'라고 회고합니다. 아첨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보다 한 권의 책에 곁을 내어주는 일이 더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독서란 아마도 모난 인생을 이리저리 담금질해주는 연장이 아닐까 합니다. 연장 통에 어떤 연장을 담을지는 본인이 선택해야 합니다.

그 후 성남 시장이라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동료들과 스터디 모임을 결성합니다. 굽은 팔을 펴기 위해 공부한다고 털어놓습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라는 말처럼 입신양명 후에도 몸 가짐을 바르게 하고, 품었던 뜻을 거스르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누구나 변하고 싶지 않겠지만 변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이 공부 모임은 후보를 떠나 개인적인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말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정이 쏠리는 현상입니다. 인간이 얽힌 모든 관계에서 우리는  이 말을 실감하고 때로는 태도가 되기도 하는데요. 한국 정치야말로 민주주의와는 사뭇 다르게 팔이 안으로 굽다 못해 붙어버렸던 과거가 많았지요. 책을 읽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어쩌면 '굽은 팔'의 새로운 정의가 생길지 모르는 기대감이 조금은 생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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