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송합니다', '철학 전공해서  뭐 먹고 살래?!'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인문학과 전공자들은 얼마 전부터 불어온 인문학 열풍이 반갑습니다. 현재는 조금 시들해졌지만  아직도 인문학적 사고, 철학적인 사유를 결합한 방식은 유효합니다. 결국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이공계와 인문학계, 또 다른 차원을 떠나 사유한다는 것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니까요.

책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철학자인 최진석 교수가 2015년 다섯 차례에 걸쳐 '건명원(建明苑)'에서 한 철학 강의 모음집입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노곤노곤하면서 힘 있는 말투와 경어체가 '철학'이라는 학문의 접근성을 높입니다. 철학은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책입니다. 철학이, 인문학이, 역사가 어려운 분들은 이 책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권유하고 싶습니다.

 

 

건명원의 초대 원장을 맡고 있는 최진석 교수는 '밝은 빛을 세우는 터전'이라는 뜻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인문, 과학, 예술 혁신의 배움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래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는 곳이기도 하죠. 건명원의 '원'자는 흔히 기관을 뜻하는 원자가 아닌, 테두리가 없이 확 펼쳐져 있는 야생적인 공간 '들판 원'자를 쓰는 이유도 일맥상통합니다. 과거와 외부의 것을 답습하기만 하는 사고를 버리고 우리 사회의 오래된 정체와 기존의 틀을 깨어, 현 문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기 위함을 상징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책은 총 다섯 가지의 철학적 사유. 즉 부정(버리다)하고, 선도(이끌다)하며, 독립(홀로 서다)하여, 진인(참된 나를 찾다)으로서 문답(공유하다)하는 살아있는 활동성을 주목합니다. 국제적으로 변하는 바람,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배를 타야 할지 사유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철학이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삶의 격을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 하는 것, 그 실천적 영역을 의미합니다. (중략) 이것은 특히 철학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예민한 경각심을 가지고 숙고해야 할 주제입니다.

​철학은 철학의 결과물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자가 그 결과물을 생산할 때 사용했던 시선의 높이에 동참해보는 일입니다.

P92-93

사실 '철학'은 동양의 노자나 장자도 있지만 서양의 것(서양의 생각)을 수입한 것입니다. 동양 철학은 동양의 사상적 혹은 지적 자료를 철학적으로 다루는 학문이고요. 서양 철학은 세계를 보는 시선의 총화(總和)입니다. 즉, 동양에는 없는 사고방식이죠. 철학 수입국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결국 종속적인 산업구조를 갖는 것인데요. 특히 사유의 종속성은 창의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추종과 모방을 답습합니다. 조선시대는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이데올로기를 건국 이후에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따라 하기에 급급했던 거죠.

 

중국인들은 아편전쟁 이후,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하고 일단 "서양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배움의 목적은 '구국구망(救國救亡)', 즉 망한 나라를 다시 살려내는 것.

P41

동양 사회에는 '아편 전쟁'이후 서양 철학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때 대제국을 호령할 정도로 부강한 나라였지만 아편 전쟁 즈음 서양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패(敗) 한 복수심을 배우는 방법을 통해 터득하기에 이릅니다 즉 '구국구망(救國救亡. 망한 나라를 다시 살려내는 것)'으로 극복합니다. 먼저 과학 기술을 배우고, 정치제도, 마지막으로 윤리, 철학, 사상을 재해석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침략과 횡포에 분노하고 사과를 바라는 일도 좋지만, 좀 더 고도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장만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의 상위 수준으로 상승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꼬집습니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동양적 사상을 예로 들며 서양 철학의 이해를 돕고, 스스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철학자들은 남들처럼 살거나, 누구를 모방하는 삶을 산 사람들이 아닌, '자기처럼 산 사람'입니다. 자기를 파괴하고, 자기 부정을 통해 앞으로 나아감을 두려워하지 않은 '진아(眞我)'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모든 것과 결별하고 낯섦의 실험도 감행하는 용기 또한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즉,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것, 이질적인 것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기 위해서 정해진 특을 해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일등보다는 일류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일등은 판을 지키는 사람이고, 일류는 새판을 짜는 사람이죠. 우리가 따라 하고 부러워하는 바로 그 단계입니다. 짜여진 판 안에서 사는 데 만족하는 나라는 전술적 차원에 머무르고, 판을 짜보려고 몸부림치는 나라는 전략적 차원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적 차원에서라야만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독립과 창의를 맛볼 수 있습니다.

P264-265

나라가 안팎으로 시끄럽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 또한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올해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요. 국가의 수준을 나눌 때 흔히 후진국, 중진국, 선진국으로 나눕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난이도는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나아가는 난이도와도 비견될 수도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겉으로만 선진국의 무늬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속까지 탄탄한 나라로 나아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뒤집고, 한 단계 나아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이는 매번 선진국의 사례를 답습하고 모방하는 수준으로 머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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