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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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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써 내려간 일기장의 글들을 아침에 본 적이 있습니까? 한밤중의 감성에 빠져 내 멋대로 끄적여간 일기, 연애편지, 각종 메모들을 아침에 읽어보면 날 버리고 싶을 때가 있죠. 특히 새벽녘 연애편지를 쓰거나 연인에게 보낸 문자, 메일을 전송하고서는 다음 날 뼈저리게 후회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감성에 빠진 사춘기, 이십 대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이하여 몇 글자 써 내려갈 때가 있는데요. 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다양한 똘기로 과거, 현재, 앞으로의 다짐들을 모아 놓은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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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박정민'이라는 배우. 좋아하는 배우기도 합니다만 영화 <동주>에서 보여준 송몽규의 역할이 뇌리에 남아 진중한 배우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겉모습과는 다르게 장난스럽고 엉뚱하며, 똘끼충만한 발랄한 사람이었으며, 그의 털털하고도 여린 마음에 살짝 팬심이 작용하기도 하더라고요. 주류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자의로 된 것은 아님) 그 어떤 느낌적 느낌의 마이너적 글이지만. 재미력 하나는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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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에는 엉뚱함, 기발함, 재치와 조금의 병신력(?) 그리고 찌질함, 때로는 묵직한 진중함까지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가히 충무로가 주목하는 루키이며,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덧붙여 책에 기록된 여행지를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충동도 뽐뿌질합니다. 여행은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테니까요.
참 기특한 제목 《쓸 만한 인간》은 독자 또한 내가 이 세상에서 제법 쓸만한 인간일까?라는 물음에 답하게 합니다. 박정민 배우의 지난날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나의 지난 인생도 반추해봅니다. 그땐 그랬지요. 이성에게 관심이 있고, 매우 감성적이었으며 모든 짐은 짐짓 내가 지고 있는 것 같은 허세력, 비관적인 세계관. 혹은 좋아하는 연예인에 고무되어 고통, 슬픔, 고독, 행복감의 조울증이 밤낮없이 깨어나던 지난날들을 소환해보았습니다.
수첩에 적힌 이상한 글자들이 지금의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스물다섯 살의 내가 스물여덟 살의 나를 위로한다. 동생 주제에 꽤나 위로를 잘한다. 가끔씩 느끼는 큰 감정의 요동을 글자로 남겨보길 바란다. 그중 8할은 훗날 보면서 쌍욕을 퍼부을 글자들이지만 그중에는 분명 나를 세워주는 글자가 있을 것이다. (중략)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나도 각도 큰 변화구를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도 앞으로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직구만 던지면 얻어맞기 일쑤니, 적절히 변화구도 섞어 가면서 살아가시길 바란다. 사는 데 9회말이 있는가. 역전패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의외로 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길 때까지 그렇게 계속 살아가시길 바란다.
당신은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신 거다.
P64
요즘은 스마트폰이 워낙 보급되어 있어. 다이어리나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깊게 생각하길 꺼리고, 긴 글을 읽기도 버거워 하며, 손글씨를 써본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쓸 만한 인간》이란 책을 접하면서 예전 내 모습을 상기해보고, 이런 헛소리(?)를 듣고 킬킬 되는 즐거움도 만끽합니다. 마치 제삼자가 되어 내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오글거림과 부끄러움도 덤으로 챙겨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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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가사가 생각납니다. '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퍽 괜찮은 인생을 살았노라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다. 부럽습니다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 듣지 못했다면 이 책을 빌려 박정민 배우의 필력으로 들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나 같은 사람도 이 세상에서 쓸 만한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해본다면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