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실 세계에도 마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현실이기에 더 마법적이고, 우리가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에 더 마법적이다.
현실이야말로 가슴 뛰는 마법이다.
-리처드 도킨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그래픽 노블 작가 '데이브 맥킨'이 공동으로 작업 한 과학 책입니다. 무엇보다 자연과학, 진화학, 유전학, 물리학 등 다수의 과학적 개념을 일러스트와 같이 접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큰 장점인데요. 그림이 있다고 아동용이 절대 아닙니다. 세계 각자의 신화를 곁들여 인간이 궁금해하는 물음에 과학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죠.
마치 과학 박물관을 책 속에 통째로 집어넣은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과학 책은 나에게 무리라고 생각되면) 일단 그림부터 훑어봅시다. 분명 읽어보지 않고는 못 베길 겁니다. 판타지스럽고 기괴한 느낌의 삽화들이 인상적인데, 대충 넘겨만 봤다고 해도 반은 성공입니다.
목차는 총 12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상에 질문을 던지는 과학자의 기본자세를 반영하며 도킨스가 추구하는 형식(질문에 과학적인 답을 내놓는 것)을 따릅니다. 그런데 목차가 매우 혼란스러운데요.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과학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현실이 (과학적 기법을 통해 이해되는 현실세계의 사실들이) 바로 이런 의미에서 마법적이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다. 시적인 의미에서, '살아 있길 정말 다행이다'하는 의미에서 마법적이라는 것을. "
P22
책 제목은 어떤지 더 의뭉스럽습니다. 현실과 마법이란 상반된 단어가 혼용된 제목이죠. 도킨스는 초자연적인 마법, 무대 마법(일루셔니스트)이 아닌 '시적(詩的) 마법'을 의도한 제목이라고 밝혔는데요. 그가 말하는 '시적 마법'은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것, 소름 돋는 현상을 마주한 후 만나는 감정의 합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모든 생물체의 다양화, 진화의 일련의 과정이 (일반적인 마법이 아닌) 감탄과 기쁨을 동반하는 마법에 가까움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한마디로 찰스 다윈 신봉자인 그의 이론이 깃든 흥미로운 과학 책이죠.
무신론자이자, 현실주의자, 진화생물학자인 도킨스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런 질문에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리라는 예상은 적중합니다.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머니가 무엇이었을까를 조목조목 따져 설명합니다. 평균적을 유인원이 조상이라는 설이 강한데,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아니라면 더 오래됐을 생물체의 오랜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각 장마다 잊지 않고 신화, 성경, 설화, 전설을 곁들여주는 센스도 빠지지 않습니다. 딱딱한 과학 용어들을 나열하는 기존 방식에서 떠나 자꾸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추가되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 우리가 초자연적인 현상,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비과학적인 사례를 먼저 소개하고 과학적인 반박이 이어지는 형식은 이해도 높여줍니다.
주목할 점은 나라와 시대가 다르지만 신화의 맥락이 비슷하다는 점인데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지라 '10장 지진이란 무어일까?'를 자세히 읽었습니다. 지진은 최근에서야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인류가 존재한 이래 (혹은 더 오래부터) 계속되어 온 현상임을 이런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죠. 판의 이동과 그로 인한 진동 현상인 지진의 원인을 공항의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하는 상황에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후반 부에는 초자연적인 일들 왜 나쁜 일들이 벌어질까? 기적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도 답합니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논리적인 해안 또한 얻을 수 있죠. 책의 모든 이야기나 과학적인 사실들을 믿는 믿지 않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의 매번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되죠. 그때마다 '왜?'라는 질문이 없었다면 인류의 진일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알고 계시나요? '리처드 도킨스'가 한국에 옵니다. 최근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2》를 접해서일까요. 왠지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친근한 느낌인데요. 방한을 기념해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을 읽어봤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부터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그림이 많고, 매력적인 목차로 채워진 책을 골랐습니다.
이 방법은 세계적인 석학 '재러드 다이아몬드'때도 새롭게 뜨고 있는 '유발 하라리' 때도 적용해봤던 방법입니다. 읽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은 얇고 재미있는 책부터 읽어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작가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전문 용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곧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가장 대표적인 저서도 읽어봐야겠습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궁금하다면 그의 회고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2》을 접해보길 권합니다. 더 나아가 강연에 관심이 생긴다면 김영사 SNS(블로그, 인스타그램, 포스트)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응모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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