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물론 책은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등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저술활동으로 과학계의 포스트 다윈으로 불리는 리처드 도킨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5년 (1941년 케냐 출생) 인생을 돌아보는 방대한 대서사시《리처드 도킨스 자서전》를 발표했습니다. 일종의 '리처드 도킨스' 종합선물세트'인 셈입니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은 그가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아프리카에서의 유년 시절과 옥스퍼드에서의 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아프리카가 영국의 식민지였음을 안다면 백인인 그가 아프리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파악할 수 있죠. 도킨스 집안의 내력, 그리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가 나오기까지의 일화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백발이 송송한 노 교수가 말하는 유년 시절을 곱씹습니다. 삶의 영감을 주고, 지적인 허기를 달래주던 아프리카에서의 시간이 그의 근간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는데요. 대자연의 보고서인 아프리카 대륙은 자연학자의 떡잎을 알아차린 최초의 선생이었던 거죠.

 

 

 

리처드와 윌리엄 월터는 나중에 다른 농장에서 새끼 사자 두 마리와 함께 놀곤 했다. 사자들은 다 큰 래브라도만 한 크기와 무게였으며 (다리는 더 짧았다), 거칠고 힘이 셌다. 그래도 리처드와 윌리엄은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은공 언덕으로 소풍도 갔다. 길이 없는데도 키 작은 잡초 사이로 차를 몰로 올라갔다. 언덕은 서늘하고 높고 멋졌다. 하지만 그것은 멍청한 짓임에 분명했다. 언덕 여기저기 물소들이 떼 지어 다녔기 때문이다.
P58

 

어머니가 떠올리는 과거 웃지 못할 사건들로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삽화는 암사자가 소파에 누워있던 상황을 묘사한 것인데 훗날 어머니의 실력으로 그려졌습니다.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한 어머니의 그림은 놀라울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강의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어서는 안 된다. 그 목적이라면 책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도 있다. 강의는 생각을 고취시키고 자극해야 한다. 훌륭한 강사가 내 눈 앞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어떤 생각에 도달하려고 애쓰고, 가끔은 난데없이 나타난 멋진 생각을 잡아내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는 이런 모습을 모델로 삼아서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법과 그 주제에 대한 열정을 남에게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P209 

 

그후 옥스퍼드에서 본격적인 동물학을 배우며 도킨스의 지적 호기심은 폭발합니다. 특히 옥스퍼드의 독특한 교육제도인 '튜터(개인 지도, 튜토리얼 Tutotial)'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데요. "옥스퍼드가 나를 만들었다"라며 튜터 제도에 얽힌 일화도 소개합니다.

튜터 제도는 교수와 학생이 대화를 통해 지식이나 이해의 깊이는 더해가는 교육방식으로 교수와 학생의 개인 교습이라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이 제도는 교수와 학생의 상하관계에서 오는 벽을 허물고 수평적인 관계인 협력 파트너를 형성해, 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됩니다. 도킨스는 옥스퍼드 재학 당시 좋은 교수들과 만나면서 스스로에게 다향한 질문들 던지고 답을 찾는 방법을 구축합니다.


 

​유전자는 어떤 의미에서 불멸이다. 유전자는 세대를 거치면서도 계속 살아남고, 부모에서 자식으로 전달될 때마다 뒤섞인다. (중략) 유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집을 스스로 짓는다. 그 집은 일시적이고 유한하지만, 유전자에게 필요한 기간 동안만큼은 충분히 효율적이다... 그러니 만일 우리가 '이기적'이라느니 '이타적'이라느니 하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신다윈주의적 정통 진화 이론이 기본적으로 예상하는 바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P339

 

그 후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되면서 다양한 강연과 학회에서 겪었던 일화, 책의 탄생 비화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불멸의 유전자가 진화의 핵심이라는 발상은 '찰스 다윈'의 신봉자인 리처드가 일생일대를 바쳐 인류에게 준 두 번째 불씨입니다.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는 혁명과도 같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인데요.  이 이론은 인류에게 불씨를 훔쳐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와 비견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에서는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이란 제목으로 동시에 출간되었지만 영국에서는 2년이란 시차를 두고 출간되었고, 영국판, 미국판, 한국판의 제목이 다른 점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 쨌거나 (리처드 도킨스  생전에) 스스로 개인의 역사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회고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무신론자인 도킨스를 주저 없이 신으로 받들고 있는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기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