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뜨거웠던 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건진 인생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원작 소설을 읽었습니다. 영화를 보자마자 원작을 샀지만 방치하기를 두 달여 만에 드디어 완독했습니다.  영화제 GV에서 작가'가와무라 겐키'는 소설의 내용은 다르다며 영화관람 후 원작도 꼭 찾아 읽어주길  간절히 바라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정말 읽고 나니 많은 부분이 다르네요. 영화는 영화 나름의 이미지적 장점이 있고, 책은 또 다른 감동을 주는데요. 상상하던 것은 잘 살려주고, 영화에 못다 한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인공이 기르는 양배추(고양이 이름)가 사극톤으로 말을 할 줄 아는 부분입니다. 엔딩도 살짝 다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인에게 특별한 반려동물 그 이상을 차지하는 고양이. 고양이가 인간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고양이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대사도 인상적입니다.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한정된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P198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인간이 만들어 낸 가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편배달부로 살아가던 나는 졸지에 뇌종양 4기 판정을 받습니다. 바로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불치병, 낙담하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난 나와 똑같은 모습의 악마. 알로하(악마를 알로하로 부르기로 했음)는 난데없이 제안을 합니다. 하루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대신, 세상에서 없앨 한 가지를 정하자는 것! 그렇게 서로가 합의하에 일주일 동안 하나씩 없애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겠지. 당연한 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인간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뭔가를 얻으려고 한다. (중략)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 위에 성립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게 그런 세상의 룰을 자주 들려주었다.

P46

전화, 영화, 시계,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전화는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 영화는 친구와의 관계, 시계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마지막 고양이는 어머니와 나, 세상에 소중한 모든 사람과의 의미를 간직한 오브제입니다. 생명을 하루 얻는다는 이기심에 소중한 것을 자꾸만 없애는 주인공은 결국 고양이가 사라질 때가 되자 깨닫고 맙니다.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하는 사람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모두가 무생물이지만 생물의 명을 빼앗으면서까지 이기적으로 삶을 살아간들 소용없음을 주인공은 드디어 자각하게 됩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양상추가 양배추가 어머니가 사라진다면, 그런 상상을 하지 못했던 무지하고 어리석은 나. 그러나 지금은 안다. 세상에 뭔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있어도 사라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을.

P185


영화 관람 때는 영화가 소명될 때 격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요. 이상하게 책을 읽을 때는 고양이를 없애는 부분에서 오열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유기묘였던 양배추 이전에 가족에게는 양상추라는 유기 고양이가 있었는데요. 반려동물을 키워 본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반려동물이 내 곁을 떠나는 순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함을 뼈져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생명이란 참으로 고귀하고 어떤 이유로도 뺏을 수 없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낍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작고 초라합니다. 인간인 이상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 죽음이 불행이냐 행복이냐는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연관되어 있는 문제일 겁니다. 죽음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가 여러 가지겠지만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 내며 감동을 배가시키네요.  '삶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찰리 채플린의 말이 유독 생각나는 소설입니다.  조용한 새벽, 나는 무엇을 소멸시키며 무엇을 얻었는지 곰곰이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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