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벼랑 끝에 가서야 위기를 직감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수 없이 바라본 고양이가 있습니다. '시빌'이란 이름의 고양이는 대뜸 '사라'의 창가로 찾아와  들여보내 달라고 재촉하죠.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사라는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건다는 생각에 미칠 지경입니다 '제정신이 아니야, 지금 나는 약기운에 절어 있어. 모든 건 꿈일 거야'라며 애써 무시하기로 응답합니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니, 그것도 인간보다 나은 현자 같은 태도를 갖춘 위엄 있는 고양이라니! 당연히 표지와 내용을 보고 판타지 소설 장르라 느끼겠지만, 책 《고양이는 내게 행복이라고 말했다》는 소설의 형식을 띈 심리치유 테라피란 생각도 듭니다. 소설 데뷔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재치 있고 유려한 문체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양이의 포근하고 느긋함을 선물처럼 내놓습니다.

일!일!일! 때문에 번아웃이 된 상태, 10년째 동거 중인 남자친구 호아킨의 바람, 그리고 스페인 가족들의 파산까지. 일순간 도미노처럼 무너진 사라의 삶을 고양이와 함께 재건한다는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따르며 느긋하고 편하게 즐겨보는 삶을 해본 게 언제쯤일까요.

 

알겠어. 하지만 사실 넌 그렇게 많은 공간과 물건이 필요 없어. 네가 말한 '괜찮은' 지역에서 살 필요도 없다고. 너한테 필요한 건 행복을 볼 수 있는 집이야. 진짜야. 넌 안에서부터 창문을 열어야 해. 네 안에서 말이야. 일단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네 집이 사방에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이미 궁전에 살고 있는 온 우주의 여왕인 거라고. 길고양이들처럼!"

P202

 

저자는 고양이 화자를 통해 끊임없이 '행복이 보이는 집을 찾아 떠날 것!'을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보호자처럼, 어쩌면 친구나 멘토처럼 삶의 방향키가 고장 난 사라에게  진정한 위로와 조언도 빼놓지 않습니다. 고양이의 훈련 프로그램(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하기)이나 고양이 요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합니다.

 

 

너는 이족보행 동물이야. 걷도록 태어났다고. 하지만 넌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있잖아. 의자라는 건 인간이 만든 것 중 최악의 발명품이야!

P227

고양이의 눈을 통해 본 한심한 인간은 나쓰메 소세키식 고양이와  닮아있습니다. 한없이 불쌍한 인간을 돕고자 하는 동정심 많은 고양이 스승님이 길들이는 사라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필요하면 따스함을 주고 성스러운 기운을 북돋아 줄줄 아는 고양이 시빌. 미처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은 것들을 떠올리며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을 시빌에게 배웠습니다. 비바람을 지켜 줄 아늑한 집, 맛있고 따스한 밥, 언제라도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들, 앉은 자리가 움푹하게 들어갔지만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를 유지할 소파, 아프지 않아 행복한 나의 치아. 우리는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 파랑새를 놓치고 먼 곳에서 행복을 찾고 있은 건 아닐지 반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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