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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평점 :
세젤애 작가 '마스다 미리'의 신작이 나왔네요. 《주말엔 숲으로》 이후 마유미와 세스코, 숲 근처에 사는 하야카와의 우정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지 몹시 궁금했거든요. 도시에 살다 보니 흙을 밟고, 숲에서 맑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이벤트가 되어버리는 세상. 만화 속의 도시 친구들처럼 숲 근처에 사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봤습니다. 마치 하야카와는 두 친구들에게 외할머니처럼 따스히 맞아주고, 숲이라는 품을 알려주네요. 참 부러운 친구들!
엄마의 둥지를 떠나려는 '히나'와 아직 떠나보내기 싫은 '엄마'가 숲 속에서 '하야카와'와 각각 만나게 됩니다. 하야카와와 다른 상황을 만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일, 우리들의 인생도 다르지 않다는 말, 아이를 소중하게 키우는 건 맞지만 부모로서 사는 보람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말. 책임을 동반하지만 아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점을 잊고 있었네요. 자식을 일종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부모 밑에서는 아이의 자존감과 독립심이 매우 부족할 테죠. 엄마 나무 바로 아래만 떨어지만 클 수가 없어요. 퍽 공감하는 말입니다.
시골에 살면서 도쿄의 치과의사를 만나 결혼하게 된 하야카와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습니다. 엉뚱한 하야카와 때문에 두 사람의 인연도 숲이라는 살아 숨 쉬는 장소에서 만들어져요. 숲은 인연의 장소이고, 생명을 만들어 잉태하는 신비로운 곳이랍니다.
둘 사이에 태어난 타로가 숲에서 태어나 숲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답니다. 요즘 아이들은 좀처럼 딱딱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에 쌓여 숲의 나무와 곤충, 꽃, 바람을 경험해 보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요. 하야카와는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든 타로에게도 자연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줍니다. 밥상머리에서 배우는 교육의 중요성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어요. 사각사각 신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가 낭만적으로 들리는 계절입니다. 책 한 권 들고 숲으로 혹은 근처 공원으로 나가보니 빌딩 숲에 있어 몰랐던 감수성, 계절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차가운 콘크리트 같은 사무실에서 일만 너무 열심히 한 건 아닐까, 살짝 아깝기까지 합니다. 가을볕은 천연 보약으로 하루에 30분 정도 쐐면 스트레스 해소, 숙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망설이지 말고 이번 주말엔 나무가 있는 근처로 나가보세요. 따스한 햇살, 파란 가을 하늘이 넓은 품을 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