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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멜랑꼴리해지는 기분, 완연한 가을이 왔습니다. 사실 책 읽는데 좋은 계절이란 말은 어폐가 있어요. 365일 언제나 책을 읽기 좋은 계절인걸요. 하지만 한국인의 독서량은 아마도 가을에 집중되지 않을까 합니다. 어찌 되었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책 한 권, 시 한편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가을을 재촉하는 촉촉한 비가 도시를 감싸기라도 하는 밤이면 자연스럽게 감수성 짙은 시들에 집중하게 되는데요. 어느 때보다 지친 하루를 보상해 줄 더할 나위 없는 밤이 될 겁니다.
쳇바퀴 돌아가 듯 바쁜 일상에서 시를 읽는다는 행위는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번 후루룩 읽기보다 몇 번 씩 곱씹어 읽어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다는 '시'의 특성상 은유와 비유, 함축의 뜻을 단박에 알아차리기 어려웠죠. 하지만 시인 김기택은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시를 전하는 특별한 경험을 토대로 책을 꾸렸습니다. 책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은 51편의 시와 함께 자전적인 경험을 채워 놓은 산문집입니다. 네 부분으로 나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대표하는 시들은 어떤 페이지를 펼친다 해도 인생의 달콤함과 씁쓸함을 경험하기에 좋습니다.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에 실린 시 중 인상적인 시를 소개해 봅니다. 장경린 작가의 '퀵 서비스'란 시인데요. 물질만능주의, 번개보다도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시입니다. 며칠 전 '슬로우 시티'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오르비에토를 다녀오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며 시작된 여유로운 식문화(슬로푸드) 운동의 확산으로 만들어진 '느리게 살기 운동'은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여유로운 삶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시를 읽는 내내 빠름에 중독된 우리들에게 생긴 부작용이 얼마나 큰 상처를 갖게 하는지 반성해보게 되네요.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무엇이든 빠르게 해주는 상황 뒤에는 늘 희생이 따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시 또한 느리게 사색하고 오랫동안 들여다보았을 때 발견하는 아름다움을 글로 적는 문학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