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
김종록.박도봉 지음 / 김영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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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을 읽고  알루코 박도봉 회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알루미늄 관련 산업도 무지하고 기업도 생소했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책은 김종록 문화국가연구소장이 묻고 박도봉 회장이 답하는 대답집 형식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중년, 노년이 꼭 읽어보아야 할 땀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회장이라고 해봤자 50대 중반, 젊고 현장 경험 다분한 CEO의 땀이 밴 이야기라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내내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박도봉 저자는 상고를 나와 뒤늦게 지방대를 졸업한 후 예전부터 꿈꾸는 창업의 길을 나서게 됩니다. 요즘 같아서야 창업이라고 하면 화려한 카페나 점포에서 사장님 소리를 듣는 정도로 생각할지 모릅니다만. 박도봉씨는 밑바닥부터 (업체 전문용어로) 기름밥 먹어가며 본인보다 어린 상사에게 배울점은 배우고, 근면과 성실, 그리고 도전정신(R&D)을 멈추지 않고 연 매출 1조 원대의 알루미늄 기업 '알루코'를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현장의 땀으로 일궈낸 본인 스스로의 성취인 셈이죠. 본가의 도움도 없이 동업자이자 조력자인 아내와 화장실 옆에서 밥해 먹어가며 어렵게 만들어 낸 노력 산물이 바로 '알루코'인 셈입니다.

 

 

 



잔머리부터 굴릴 생각하지 말고 먼저 발로 뛰어보라는 얘기네요. 경험하는 모든 게 다 배움입니다. 배우다는 게 시간 들이고 땀 흘리면서 경험하는 것이고요. 생각한다는 건 땀 흘린 경험을 통해 뭔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요? 창조적인 발상 같은 거 말입니다. 그런데 땀 흘려보지 않고, 현장 경험 없이 자꾸 창조를 들먹이는 건 모래 위에 집 집는 거죠. 뜬구름 잡는 소리라 이겁니다.

P236


흔히 인문학이라고 하면 책 속에 나오는 옛 성인들의 말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세상이 인문학의 본질입니다. 현장에서 일해 보지 않고 백날 책상에 앉아 탁상공론만 한다면 시장경제, 기업, 국가의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고 판단한 박도봉 저자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그 탓에 크지 않는 키와 긴 가방끈도 없지만 현명한 아내를 만났습니다. 성실함과 노력으로 안되는 게 없던 80년대에나 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발로 뛰어 보지 않고 이론만 가지고 펜대를 굴린다면 수많은 시행착오의 실패보다 값어치 없는 인생일 것만 같습니다.



'느낌이 오면 대시하라. 무조건 만나라. 형편이 어렵거나 변변한 직업이 없다고 만난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사랑이나 사업이나 빈번히 만나서 부딪쳐봐야 일을 낸다.'라고 청년들에게 사랑과 일에 관하여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합니다. 다 갖춰진 짝을 찾기보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만남이 좋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박도봉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책에서 풀어내며 창업을 원하는 중년, 편한 길만 가려는 청년, 답답한 정치와 국가의 기능까지 쓴소리와 격려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노동과 인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책이네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무색해진 시대, '개천에서 용이 나온다'라는 말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음을 직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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