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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센스 1 - 남들과는 '아주 조금' 다른 그와 그녀의 로맨스!
겨울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7월
평점 :

오호~이렇게 SM에 입덕하게 될 줄이야. 정말 몰랐습니다. 사소한 계기로 변태남의 주인이 된 지우처럼 저도 사소한 계기로 그렇게 변태가 되는걸까요. 여기서 말하는 SM은 성적인 취향 중 하나인 그 SM. 맞습니다! 이런 류의 로맨스 만화는 일본에서는 일상일 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단행본이 만들어졌단 소식에 놀랍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척 재미있고, 명랑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건 사실상 음식 위에 뿌리는 깨소금 정도. 남들과 조금 다른 취향이 만들어 낸 유쾌한 SM만화 《모럴 센스1,2》로 보는 동안 재미졌네요.

'겨울'작가는 웹툰에서 이미 굉장한 팬덤이 있는 작가더라고요. 인기에 힘입어 단행본 1,2권이 출시되었습니다. 캐릭터 소개를 먼저 해볼게요. 같은 직장에 다니는 비슷한 이름의 두 사람. M 성향의 모범사원 정지후와 평범한 여자 정지우가 만나 스릴만점 SM계약관계를 맺는 내용입니다.

만화를 시작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한 간단한 용어 정리에 들어갑니다. 막연하게 영화에서만 봐오던 과격한 SM을 이렇게 명랑유쾌발랄하게 마주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사실 사랑의 방정식은 책에 나온 대로 백 쌍의 커플이 있다면 백 개가 아니고 이백 개, 삼백 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를 벗어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요. 세상을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왔던 터라 이 문화에도 거리낌 없이 빠져들게 되었답니다.

겉으로는 정지후처럼 모범적이고, 멋있지만 그 속에는 다른 성향이 들어있을 수 있음을 초반부터 깔아 놓습니다. 이로써 '분명히 나는 커밍아웃 했으니, 본격적으로 판을 즐길 거다'라는 작가의 선전포고처럼 들렸답니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이 인연 시작된 계기부터 시작해야 되겠네요. 지배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M성향의 정지후는 큰마음 먹고 처음으로 도구를 반찬으로 위장해 회사로 배달시킵니다. 비슷한 이름 탓에 택배 상자는 어느덧 동료 여사원 정지우에게 넘어가게 되고.. 남과 다른 성적 취향을 들켜버린 정지후는 정지우와 아슬아슬한 회사생활을 시작합니다.

밑도 끝도 없는 부탁이지만 정지후는 정지우에게 자신의 '주인님'이 되어 달라고 호소하게 돼요. SM 성향에서 주인님은 M의 성향에서는 일생일대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랑이나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 일종의 존경을 느끼는 사람인데요. 자신을 부려주길, 명령해 주길 애타게 원하는 사이죠. 추근거리지는 않고 오로지 주인님으로만 모시고 싶다는 말에 빵 터짐. 처음엔 차도녀 지우도 내키지 않았지만, 그동안 마음에 정지후씨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한번 해보기로 한 겁니다.

그때부터 좌충우돌 만화적인 에피소드가 난무하는데, 때로는 낄낄거리며, 때로는 박장대소하면서 웃느라 정신 못 차렸어요. 동명의 소설과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순한 버전이라고 하면 비유가 될까 모르겠네요. 비록 그쪽에서는 그레이가 S긴 합니다만, 일반 취향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는 비슷하잖아요.
변태긴 해도 이런 변태라면 한 마리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말 잘 듣지, 요리, 청소, 셔틀도 마다하지 않지. 키 크고 멀쩡하지, 일도 잘해. 로맨틱해. 정말 뭐하나 빠지는 거 없어요. 단행본이 2권까지 밖에 안 나와서 어찌나 아쉽던지요. 웹툰으로 남은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결재를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