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삼십대 여성들의 정신적인(?)지주! '마스다 미리'작가의 자전적인 만화 에세이 《어른 초등학생》을 만나보았습니다. 표지에서부터 풍기는 초등생스러움이 너무 귀여운 책. 시간을 거슬러 과거 속 나와의 대화를 시도해야 할 것 만 같았습니다.

《어른 초등학생》은 일본에서 2013년 출간된 작품으로 그림책에 얽힌 짦은 에세이와 만화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지금의 '마스다 미리'를 있게 한 것일지도 모를 추억의 그림책 스무 권에 대한 단상이 적혀져 있습니다. 생소한 어린이 만화, 동화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시절에 느꼈을 여러 감정들을 다시 꺼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이의 나. 아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막상 어른이 되었다고 해도 좋지도 싫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나이를 먹었을 뿐, 그렇게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마스다 미리'도 여동생이 있었는데요. 동생을 챙기면서 같이 놀아야 했던 기억이 저와 일치하는 것 같아 공감 가더라고요. 엄마가 가지 말라는 곳까지 놀러 갔다 왔을 때는 발설하지 말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게 되는데, 그래도 동생은 자기도 모르게 말하게 돼서 혼나기도 했죠.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걸지도 몰라요. 혼자 옷을 입고, 혼자서 화장실에 가고, 혼자서 학교에 가며, 친구를 만듭니다. 이제는 혼자 살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밥도 먹어요. 그래도 잘 안되는 일이 많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지 다 잘 해낼 줄 알았건만..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이 참 많아요.

 

 

중간에 '마스다 미리'는 체코로 여행을 떠납니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목도 표지도 어렴풋이 혹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요. 그 그림책은 '마르시카'라는 여자아이가 나오는 책으로 유치원 때 선물 받았습니다. '슬로바키아 민화'라고 적혀 있는데, 슬로바키아의 옆 체코는 그림책의 나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옛날 서점이 많아 어쩌면 《달이 보낸 열두 가지 선물》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지 뭡니까.


책의 내용은 한 여자아이가 숲으로 가서 12명의 달의 정령을 만나는 이야기라고 해요. 우여곡절 끝에 37년 만에 체코 프라하의 고서점에서 만난 어릴 적 마음에 새긴 그림책. 그때의 나와 만난 것 같아 살짝 눈물이 고이기도 했는데요. 나는 어린 나로 돌아가게 해줄 추억의 소품이 없을까, 뒤적거려 봤답니다.

 

​크크크. 초등학교 5학 년때 저를 좋아하던 같은 반 남자아이가 크리스마스 때 보낸 카드네요. 또박또박 꾹꾹 눌러쓴 연필 글씨가 귀여워요. 그 친구는 6학년이 되어서도  옆 반이 되어 계속 저를 좋아했는데, 반 아이들이 연합해서 짓궂게 놀려되었던 기억도 납니다. 맞아요, 그땐 그랬었죠. '마스다 미리'작가 덕에 이런 편지도 찾아봤네요. 그때 그 통통하던 5학년의 내가 된 것 같아 감사해요.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사실 넌 굉장히 괜찮은 아이야, 앞으로 많은 시련이 생기더라도 훌훌 털고 툭툭 일어나렴~"이라고 말이에요.  《어른 초등학생》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그때의 나와 대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40세, 50세, 할머니가 되는 나에게도 찾아와 동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 줄래?'라고 속삭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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