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유 - <미 비포 유> 두 번째 이야기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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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조 모예스'의 장편 소설 《미 비포 유》의 팬이라면 당연히 궁금했을 루이자의 이야기. 아직도 월의 젠틀함과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강직함이 선명한데, 우리는 윌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루이자가 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깡그리 무너트려 버리고, 루이자의 새 인생을 응원하는 윌의 편지로 《미 비포 유》를 덮어야만 했는데요. 현재 영화가 절찬 상영 중이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작가 '조조 모예스'​는 인생의 시련을 소설을 통해 이겨냈고, 책 속의 주인공들도 (결국) 어려움을 극복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우여곡절 로맨틱 장르에 최적화된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녀의 신간, 윌과 루이자의 그 두 번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애프터 유》를 들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미 비포 유》를 읽었을 때 많은 여운이 남았어요. 루이자는 윌을 만난 6개월 전과 후가 선명하게 바뀌었는데, 그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상실감이 어떨지 말이에요.  간신히 가족의 짐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았는데, 자신이 떠나보낸 것 같다는 죄책감이 밀려올 때의 느낌을 상상해봤습니다. 루이자는 윌의 말처럼 파리의 어느 노천카페에 앉아 크루아상과 커피를 마시며 더 넓은 세상을 즐기고 있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옥상에 서서 저 아래 펼쳐진 런던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숨 쉬고 식사하고 싸우고 있다. 나와 전혀 무관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니 기묘한 평화가 느껴졌다.

p13

윌이 떠난 후 18개월 후 《애프터 유》 속 루이자의 삶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윌의 바람대로 여행도 많이 다녔고, 남긴 유산으로 새 아파트도 얻었지만 일상을 살아내는 건 여전히 버겁습니다. 공항의 어느 바에서 일하고 있던 루이자는 예전에 카페에서 일 할 때처럼 손님에게 친절했고, 열심히 살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가엾은 루이자.


 

그가 돌아서더니 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남자에게서 레몬 냄새가 났다. 면도를 대충한 상태였다.

p19

어느 날  집 옥상에서 난간에 미끄러져 추락하고 말죠. 윌을 따라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은 루이자를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편안하고  친절한 구급 요원이 앞으로 루이자의( 혹은 독자의) 판타지를 채워 줄 남자 '샘'입니다. 이 옥상은 참 중요한 장소로 활용되는데, (후반 부 아름다운 정원으로 또 한 번 즐거움을 줌) 루이자가 옥상에서 추락할 당시 또 한 명의 중요한 캐릭터가 있었어요. (많이 당황스럽긴 하지만) 열여섯 된 윌의 딸이 있었다는 것. 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듯합니다. 딸 '릴리'가 루이자를 수소문 끝에 찾아온 날이 바로 그날이었고. 이렇게 이어지는 《애프터 유》는 새로운 등장인물과 기존의 등장인물과의 조화를 이루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눕자 조용한 집에 릴리의 목소리가 쟁쟁 울렸다. '윌 트레이너가 아빠였어요.'

p91

'릴리'는 아빠인 윌과 여러모로 닮아 있었습니다. 까칠한 성격, 굳게 다문 입술, 한쪽 눈썹을 치켜뜨는 습관 등 게다가 아빠의 죽음, 엄마의 재혼,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춘기 릴리에게 가혹한 시련을 안깁니다. 릴리는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문제아가 되어있었고, 엄마인 '타니아 호튼- 밀러'까지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들었으니 말이죠. 이 문제의 아가씨를 데리고 루이자가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헤쳐나갈지, 계속 윌을 맘속에 담아주고 있으면서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인지,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세 가지 숙제에 당면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사람들은 그 슬픔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루이자 또한 윌을 떠나보내지가 쉽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한 손님 (릴리)가 찾아와 끊어진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을 새롭게 이어줍니다. 사실 한국에서 같은 상황이 있었다면 으레 막장드라마로 전략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애프터 유》에서는 참 묘하게도 우아하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네요.



영원히 그와 키스하고 싶었다. 이것이 무엇이며, 무슨 의미인지, 앞으로 얼마나 일이 복잡해질지, 이런 생각은 모두 막아버렸다. '자, 어서. 인생을 살아.' 나 자신에게 말했다. 온몸에서 이성이 흘러나가고 맥박만 남았다. 나는 샘에게 하고 싶은 것만을 바라는 존재가 됐다.

p233

그리고 새로운 '샘'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고 해서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루이자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미 비포 유》에서 윌은 전신마비 환자였지만 돈 많은 부호였죠. 《애프터 유》의 샘은 건강한 신체를 가진 그것도 굉장히 매력적인 구급대원입니다. 윌은 죽어가는 일을 했다면 샘은 남을 살리는 사람이었던 거죠.  전 작에서 루이자 또한  윌을 보살펴 주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루이자가 뭔가 보상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모든 것은 다 갖춘 (요리, 매너, 로맨틱, 건강함, 히어로의 기질, 자상함, 유머, 정의 등등) 완벽남 샘을 놓치는 일을 두 번다시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루이자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그래요, 그동안 참 잘 해왔어요. 이제 당신의 인생을 살아요. 당신은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라고 말이에요. 이제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은 루이자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미 비포 유》에서 그렇게 끝내버리는 작가가 참 미웠더랬죠. 하지만 이젠 마음 편히 루이자처럼 윌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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