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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평점 :
참 독특한 소설이네요. 가상의 인물 '프랭키 프레스토'가 마치 실존 인물처럼 다가왔어요. 책장을 덮을 때쯤은 그의 기타음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마저 들려오네요. 픽션이지만 실존 인물을 차용하는 영민함 때문인지 역사 속에 존재했던 뮤지션들과 그 시대상이 느껴지는 생생함도 전달되고요. '음악'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재능을 나눠 준 모든 음악인을 보듬어 주는 설정에서 부모의 따스함이 전해졌습니다. 신이 자신의 아들을 인간 세상에 보낸 것처럼 말이죠.
나는 음악이에요. 나는 프랭키 프레스토의 영혼을 위해 여기 왔어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그가 세상에 나오면서 내게서 떼어간 꽤 커다란 재능을 찾으러 왔죠.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여물이거든요.
P10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매직 스트링》은 가상의 인물 '프랭키 프레스토(이하 프랭키)'가 겪은 일대기를 장엄하게 그린 소설입니다. 총 6부로 나눠져있는데 기타 줄이 6개인 것에 착안해 만든 구성이란 생각입니다. 초반엔 책에 집중하는 시간이 살짝, 걸렸는데요. 시간의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어서 다소 혼란스러웠거든요. 게다가 '음악'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프랭키'의 인생 전반을 모두 관찰하고 서술하는 방식과 '프랭키'의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의 일들, 프랭키의 장례식에 온 (프랭키를 기억하는) 지인들의 인터뷰들, 총 3가지의 형식이 책 속에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중략) 삶이 계속되는 동안 여러분은 다른 밴드에 합류할 거예요. 어떤 밴드는 우정을 통해, 어떤 밴드는 로맨스를 통해, 어떤 밴드는 이웃, 학교, 군대를 통해. (중략) 그리고 밴드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대부분의 밴드는 해체될 거예요. 거리 때문에, 의견 차이 때문에, 이혼 때문에 또는 죽음 때문에.
P25
삶을 일종의 무대로 설정하여 다양한 밴드의 일원이 되는 과정이 음악을(삶을) 완성하는 것이란 큰 주제를 품고 있어요. 그게 바로 음악이 말하는 인생입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는 거니까요. 비록 그 밴드가 유지되거나, 해체되거나, 새 멤버를 영입하거나의 문제는 그때 생각해 보기로 하는 거죠.
프랭키의 첫 번째 밴드는 2인조로 어머니와 아이로 이루어집니다. 그때부터 프랭키의 운명은 어머니의 죽음과 이후 맡겨진 수녀에게서도 강물에 벌려지는 수난을 겪습니다. (일생 동안 아빠라고 믿어 온 한 남자) '루비오'를 통해 길려지게 되면서 음악과 더 가깝게 만나게 되죠. 루비오는 프랭키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엘 마에스트로'에게 음악을 사사하게 하죠. 그 과장에서 일생일대의 사랑 '오로라'를 처음 만나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프랭키의 운명 끈은 쉽게 풀어지질 않았어요. 꼬일 대로 꼬여 더 이상 모국인 스페인 땅에서는 살 수 없게 됩니다. 미국으로 향하게 된 프랭키, 그곳에서 여러 과정을 거쳐 다양한 음악을 배우고, 음반을 내고,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동안 극적으로 첫사랑 오로라를 만나게 됩니다. 오로라와의 순탄치 않은 인연도 읽는 내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그러나 운명적으로 둘은 재회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프랭키의 출생의 비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적 기타리스트는 많은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음악적인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본인의 삶은 가시밭과도 같았는데요. 다행히 영혼의 안식처인 오로라와 딸 카이 덕분에 여생을 속죄와 용서, 회복의 길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진실을 빛이에요. 거짓말은 그림자예요. 음악은 빛이기도 하고 그림자이기도 하죠.
P96
음악적인 기본 상식이 부족했지만 《매직 스트링》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음악을 대하는 숭고한 자세, 악장의 빠르기,(알레그로, 아다지오,미뉴에트, 스케르초, 론도 등) 60년대 인기 있었던 우드스탁 페스티벌, 스페인의 기타리스트 타레가, 다양한 현악기들(기타, 우쿨렐레, 리버헤드, 어쿠스틱 기타, 브라기냐 등), 알아듣지는 못해도 음성지원 되는 듯한 스페인어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 소설입니다.
저는 지금 프랭키의 놀랍고도 신비로운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갔다가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음악이란 가이드와 함께 숨 가쁘게 달려온 이 여행의 여독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아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 마법의 기타 연주로 당신의 마음을 훔친 이 남자의 인생극장이 궁금한 분들은 《매직 스트링》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단, 주의할 것! 자기 전에 펼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