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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인간은 누구나 트라우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트라우마(Trauma)'란 과거에 겪은 충격적 사건으로 만들어진 정신적 상처를 의미하는 말로, 정신의학 분야에서 쓰이는 전문용어인데요. 요즘은 굉장히 일반화된 용어로 사용되고 있어, 현대인의 정신적인 상처의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트라우마보다는 덜한 상처인 '스트레스'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항상 존재하는 심리적인 압력인데요. 종종 나쁜 일로 받는다고 알려진 스트레스가 좋은 일로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스트레스 없이 트라우마 없이 인생을 산다는 것은 거의 존재할 수 없는 삶. 그렇다면 상처를 받더라도 극복하고, 그 상처를 금방 아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림의 힘》으로 미술치료의 가능성을 보여 준 '김선현' 교수와 함께 힐링 여행을 떠나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30점의 명화, 80개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 24번의 드로잉으로 마음속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심리 프로젝트입니다.
먼저 이 책을 제대로 활용 위해서는 4가지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명화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충분히 음미한 후 옆 페이지의 안내글로 넘어갑니다. 둘째, 치유 단계별 트라우마를 어떻게 이해하고 나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전문 지식을 꼼꼼히 읽습니다. 셋째. 나에게 보내 편지를 통해 안내글에 따른 내면을 이미지화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보내는 편지의 사례들을 같이 보며 피드백 받으세요. 나의 그림과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해 보면 더 좋습니다.
위의 그림은 '월터 랭글리'의 <슬픔은 끝이 없고>입니다. 커다란 슬픔으로 힘겨워하는 젊은 여성을 노파가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있네요. 가끔은 슬픔과 상처를 숨기지 말고 겉으로 드러내 타인에게 위로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는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도 침묵으로 표현하는 것이 슬픔을 다독여 주는 일이기도 하고요.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슬픈 일에 마음껏 슬퍼하는 것도 치료입니다.
같은 작가의 <배를 기다리며>입니다. 이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어떤가요? 여러 사람 중 먼 바다를 보고 있는 두 여자가 유독 눈에 띕니다. 고부지간 인지, 부녀지간인지 잘 모르겠지만 걱정스럽고, 불안한 눈으로 같은 곳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간절한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영국 버밍햄 가의 슬럼가 근처에서 태어나 11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던 하층민의 삶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림 속 풍경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희망이 우리는 버티게 하는 한줄기 희망이 되기도 하지요.
유대인 의사 '빅터 프랭클'의 일화는 살펴보면 더욱 뚜렷해집니다. 프랭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수용소를 옮겨다니며, 아내와 형제를 잃는 고통과 강제 노역 속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자신만의 연구를 계속해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한 컵이 배급되는 상황에서 반은 마시고 나머지로 세수와 깨진 유리로 면도를 하며 남들보다 건강한 모습을 유지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나치는 병약해 노동력 착취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가스실로 향했는데, 그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프랭클은 참담한 수용소 속에서 벌어지는 특정 시기(성탈절부터 이듬해 새해까지 약 일주일)에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막연한 희망'이었습니다. 성탄절이 다가오며 혹시 모를 희망에 사로잡혔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희망을 잃어버리고는 육체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심리적인 불안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는 연구결과로 프랭클은 '왜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해 인간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자기암시, 고통 속에서도 긍정의 힘을 찾아내는 정신력의 승리라고 할 수 있죠. 그 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과 더불어 제3의 심리학파로 인정받으며 '로고테라피'라는 정신 치료의 한 방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 테러, 인재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한(恨)'이라는 민족 고유의 슬픔 역시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유교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억눌린 감정입니다. 또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이라고 여겨 부모 자식 간에도 대화가 어렵고 본인도 모르게 상처를 줍니다. 점차 개인화되고, 타인에게 받는 감정 회복이 어려운 현대인에게 아픈 기억을 꺼내고,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꽤 하는 과정이 충실해질 때 우리 사회도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제시되어 있는 심리치료법, 불안 해소법 외에도쌓여있는 화와 스트레스를 푸는 자신만의 방법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일 될 것입니다.
인간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여야 합니다.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것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