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 김수환 추기경 1~2 세트 - 전2권 - 신을 향하여 아, 김수환 추기경
이충렬 지음, 조광 감수 / 김영사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로 선종 7주년이 되는 한국 종교계에 큰 별이 된 '김수환 추기경'의 책이 나와 화제입니다.  다소 두꺼운 분량, 종교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더라도 한국의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미 《간송 전형필》로 '이충렬'작가를 만나보신 독자에게는 즐거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특히, 방대한 사진 자료를 수집하고 미공개 사진까지.. 그 역사의 증인 찾아 인터뷰하며  퍼즐 조각을 맞추듯 추기경의 삶을 다시 그린다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써 내려간 전기 소설이란 형식이 다소 당황하셨다면 전작인 《간송 전형필》을 만나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에 가장 근접하여 인물의 궤적과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기록 장르인 전기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독특한 장르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번엔 김수환 추기경의 굴곡진 삶을 3년간의 작업 기간을 걸쳐 한국 역사와 함께 써 내려갔습니다.  

 

 

 

 

책은 총 2권으로 1권 : 신의 향하여와 2권 : 인간을 향하여로 나뉘어 있습니다. 1권에서는 옹기장이 집안 대대로 내려온 천주인의 잔뼈 굵은 신앙심으로 두 형제가 가난을 이겨내고 신부가 되기 위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항렬에 맞춘  순한이란 이름이 열두 살에야 '수환'으로 바뀌었음을 알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서운하다거나 의구심 없이 받아들이는 어린 수환의 일화는 훗날 종교인의 욕심 없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1922년 생인 김수환 추기경은 말 그대로 한국사의 중심에 삶 자체가 한국 근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경제 발전과 인권 사이에서 화약고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국민들과 일화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항상 낮은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한국사의 어른의 깊은 뜻을 사진과 문헌을 통해 알아볼 수 있어 좋습니다.



 


국가는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있고 국가가 있습니다. 인간이 국가 사회의 토대요, 중심이요, 목적입니다. 국민이 곧 국가이지, 정부가 국가이고 국민이 구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먼저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국민 각자는 국가의 종속물에 불과한 양 간주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권력의 절대화가 생겨났고, 국민의 기본 인권이 크게 침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그간 권력에 의한 지나친 강압정치, 정보정치로 말미암아 공포 분위기 속에서 용납할 수 없는 심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어왔습니다.

《아, 김수환 추기경 1》P426

 

이 연설문은 김수환 추기경이 유신정권을 개탄하는 인권 연설문의 일부입니다. 1970년대의 일이지만 지금도 비슷한 일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역사는 왜 이리 반복되는 것인지 참 아이러니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비폭력 시위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늘 '화해와 일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 같지만, 이것이 아니고는 살길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경제발전으로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이기주의와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풀어보는데 앞장섰습니다. 가톨릭 '고백의 기도'에 나오는 '내 탓이오'라는 구절을 통해 최근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점과 외로움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 탓으로 인정하며 서로 아끼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87년간의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김수환 추기경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아픈 자와 건강한 자를 나누지 않고 모두 사랑하였습니다. 종교를 떠나 한국사의 아픈 순간을 함께하고 어루만져 주었던 추기경의 손길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세상은 놰 날이 갈수록 흉흉한 사건사고를 경쟁적으로 토해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마다 곁에 두고 추기경의 따뜻한 행보를 곱씹으며 자신만의 위안을 얻고 싶습니다. 윤달의 마지막 날, 4년마다 한번 씩 온다는 29일이 아련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환한 모습이 그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사랑하십시오!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 그뜻 잊지 않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