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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마음을 촉촉하게, 떨리게 만드는 문구! 유독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자꾸만 손이 가게 됩니다. 저에게는 '생텍쥐페리'의 책들이 그러한데요. '헤르만 헤세'를 재해석한 책 《헤세로 가는 길》로 헤세와 독자와의 만남의 장을 만들었던 '정여울'작가가 이번에는 '생텍쥐페리'로 우리의 감성을 소환합니다.
'아포리즘'이란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격언, 잠언, 짧은 글 따위로 아포리즘은 작자 고유의 창작이라는 점에서 속담이나 격언과는 구별됩니다. 주옥같은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과 정여울 작가가 만나 감성의 캐미스트리를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우리에게는 《어린 왕자》와 《야간비행》, 《남방 우편기》, 《인간의 대지》, 《성채 등 생텍쥐페리》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로 유명한 생텍쥐페리는 작가 이전에 비행 조종사였죠. 2차 세계대전에 공군으로 참전했다가 1944년 7월 31일 정찰 임무 수행 중 실종되어 소설 속 '어린 왕자'와 닮아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제목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처럼 생텍쥐페리는 오직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 했죠. 그 예가 《어린 왕자》에서 조종사와의 대화일 텐데요. 사막 한가운데서 처음 만난 조종사에게 양을 그려 달라고 하질 않나, 어른의 화법으로 말하는 조종사를 꾸짖지 않나, 모습은 어린이지만 마음은 현자인 특별한 '어린 왕자'가 등장합니다. 《인간의 대지》에서는 거칠고 무뚝뚝한 무어인조차 길들였던 조종사 기요메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린 왕자》에서처럼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을 통해 진정한 우정, 마음을 나누는 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들과 함께 비행 중 어머니와 연인 콘수엘로에게 전하는 편지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매우 큰 기쁨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비행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누이고 싶은 순간에도 항상 편지를 썼습니다. 그가 편지 속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바로 '내게 꼭 편지해줘' 였다고. 그가 편지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답장을 받고 싶어서'였 기에 서로 살아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서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쓰는 편지글에는 텍스트 이상의 감정이 뭍어 있는 그리움이었을 겁니다.
곁에 두고 오래도록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 생겼습니다. 때로는 진정제처럼, 때로는 소화제처럼, 때로는 두통약처럼 몸과 마음이 아픈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질문명에 가려져 잊혀가는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