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아침부터 눈물 바람이라니 《제3의 사랑》 책장을 덮을 때 흐르는 눈물을 가슴속에 새겨진 두 연인의 모습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겁니다. 제목을 보고는 통속적인 멜로겠거니, 차가운 황태자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똑 부러지는 일반인의 비밀스러운 사랑이겠거니 치부했던 게 미안하네요. 아직도 그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에 절절 가슴이 메어옵니다.


소설 《제3의 사랑》은 또 하나의 한중 커플을 탄생시킨 동명 영화 <제3의 사랑>의 원작 소설인데요. 2007년에 연재되기 시작해  7년 동안 중국인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독자 1000만 명이 이 소설을 읽고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해요. 그에 힘입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면서 제목처럼 제2의, 제3의 콘텐츠로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 소설! 우리나라 송승헌과 유역비가 사랑을 이룬 작품이기도 해서 좀 더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냉정하고 바르며, 우수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는 임계정역에 송승헌씨가,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변호사 추우역에 유역비씨가 소설의 캐릭터와도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습니다.

 


500쪽 분량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는데요. 아마 둘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 굉장히 중반부에 등장하는 게 이유가 아닐까 싶었어요. 사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경우 굉장한 역경을 집어넣어 두 사람이 역경을 헤치고(혹은 포기) 사랑을 이루는 상투적인 멜로로 식상함이 있었는데요. 《제3의 사랑》은 200 쪽을 넘어가야 두 사람의 밀땅이 시작돼요. 그만큼 이 둘의 사랑이 쉽지 않음을 암시하는데, 첫 장부터 심상치가 않아요.


동생은 장미 꽃잎이 흐드러진 욕조에 누운 채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 하필 밸런타인데이 저녁에.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동생이 수없이 많은 구구절절한 문자를 그 남자에게 보내, 자신의 아름다운 최후를 알리려 했지만 정작 그에게선 아무런 회신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동생 추월이 자살 시도를 한 이유는 치림의 본부장 임계정 때문. 대체 그 사람이 뭐길래. 게다가 짝사랑이라니, 언니 추우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병문안을 온 뻔뻔한 임 본부장에게 변호사로서의 기질을 보여주기 위해 대면하게 되는데요. 누가 봐도 황태자의 귀티가 흐르는 젠틀하고, 고고한 남자 임계정을 알게 되고.. 이후 동생의 퇴직 문제를 계기로 자주 만나게 되며 모르고 있었던 이면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됩니다. 여러 극적인 사건으로 두 사람은 친분을 쌓게 되고,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에게 흔들리지만 냉철한 이성이 앞서 감성을 누르게 됩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대체 뭐길래.. 스타벅스 사건을 계기로 단단하던 추우의 빗장이 풀리면서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커피가 절실하던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불을 박차고 스타벅스를 찾게 만드는 마력! 역시 책의 힘은 대단하네요.


나를 사랑했던 여자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요.


추우도 몰랐을 거예요. 자신이 이런 거대한 일에 휘말리게 될 줄이야. 동생이 짝사랑하는 남자(그것도 자살 시도를 할 만큼 집착하는), 거대 제벌의 후계자(감히 일반인이 넘볼 수 없는 세계), 정략결혼 상대가 있는 남자(사랑을 이룬다 해도 정부일 수밖에 없는 슬픔)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돈도 명예도, 명품 가방도, 보석도 통하지 않는 추우를 그 곳곳 한 자태의 남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에게는 없는 명랑함과 행복함을 나눠 가지고 싶었을지도 모를 테죠. 임계정도 탄탄대로의 상속자일 것 같았지만 사실 치림의 상속 싸움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게다가 형제 중 유일하게 지지해 줄 어머니도 안 계신 상황에서 전도 유망한  남자가 그동안 쌓아 올린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이 이 남자의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힘입니다.



아마도 사업과 정략 결혼을 포기, 추우와의 사랑을 지켰다면 그저그런 사랑이야기로 잊혀졌을지도 몰라요. 추우 또한 자신의 배경을 버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고,  내게 오라고 징징거리지도 않죠. 처음에는 이 둘의 캐릭터가 너무 생경해서 감정이입이 어려웠는데,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절제하는 미덕'도 발휘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나는 세상의 모든 낭만적인 사랑이 딱 두 중요일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하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에도 보는 이를 눈물짓게 만드는 드라마에나 나오는 사랑, 또 하나는 상대가 아무리 평편 없어도 정작 본인은 잠도 못 이룰만큼 고통스러워하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반적인 사랑.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세상에는 제 3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사랑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고, 모든 사람이 감동하지만,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며,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랑이다.

p492


사랑에 있어서 기다리는 쪽은 대부분 여자라는 개념을 뒤엎고, 여성이 주도권을 갖는 이 관계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제 3자가 봤을 때 두 사람은 누가봐도 추우가 돈 많고 배경 좋은 임계정을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이 둘은 반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임계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추우 뿐이라는 걸요! 이 두 사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둘은 3년후, 5년 후, 아니 그 이상이 시간이 흘러 부부의 연을 맺었을까? 자꾸만 이 연인의 평행선 처럼 닿지 않는 사이가 마음에 걸리고, 자꾸만 책장을 펼쳐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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