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치의 두 얼굴 - 서울대 교수 5인의 한국형 복지국가
안상훈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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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제와 복지, 그리고 정치는 묘하게 맞물리는 이해관계 속에 있습니다. 선거때만 되면 경제를 살리는 후보냐, 복지를 확대하는 후보냐가 선거의 표심을 잡는 중요한 공약이 되기도 하는데요. 《복지정치의 두 얼굴》는 서울대 교수 5인을 통해 한국형 복지의 정치를 구심점으로 스웨덴과 그리스의 복지를 비교 분석하면서 한국의 미래를 전망해 보자는 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 그 후에 다가올 여러 문제들에 허우적거리고 싶지 않다면 짚고 넘어가야 하는 담론이란 생각이 드네요.



먼저 책은 5인의 교수가 각각의 테마를 맡았습니다. 한국형 복지의 미래, 사회적 합의의 정치경제학, 이중화. 고령화. 민주주의, 정치와 언론의 복지 담론 형성, 복지 정치와 사회적 대타협이란 주제로 총 5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단 복지국가로 들어서기 이전에 복지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스웨덴과 그리스를 살펴보는 게 좋겠는데요. 하지만 이 두나라는 참고만 할 뿐 경제성장과 복지수준이 동시에 이뤄진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재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생각해 보길 권합니다.

일단 복지수준이 높다 보면 노동의 경직성이 결합해 경제적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그리스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최근에 유로존 탈퇴설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큰 경험을 하게  되었죠. 스웨덴과 그리스는 위기를 벗어나고자 복지, 노동, 연금 등의  경제개혁을 실시했습니다. 위기와 원인은 비슷하지만 과정과 결과는 크게 다른데요.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국가 정책결정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와 사회의 지향점에 대한 국민의식이 상반된다는 특이점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즉, 양 국가 간의 국민의 인식차이 편차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면에는 스웨덴의 정치적 복지동맹을 구축한 '사민주의 정당'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의견차, 소득이 평등대 차이, 기업의 국유 대 사유를 주장하는 차이 등이 그리스 국민이 스웨덴 국민보다 편차가 더 높았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사회적인 이슈에 국민의 편차가 심할 경우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어렵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국민들의 의견차가 낮고, 사회적 합의가 잘 되는 것과 복지정치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복지형 국가로 가는 한국의 미래의 청신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하지만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만큼 악화되어 버린 국민들에게 사회적 합의는 먼 길처럼 느껴집니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은 이중화, 고령화, 민주주의라는 세가지  숙제도 풀어야 하는 난관에 부딪치게 됩니다. 빠른 고령화 속도와 맞물리면서 10년 남짓한 시간은 결코 멀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중화란 한 사회의 내부자와 외부자가 갈수록 구분되어 가는 형상을 말하는데요. 사회적 보호의 수준이 OECD 최하위권인 한국에서 IMF 이후 고용보호의 수준마저 현저하게 낮아져 한국의 이중화는 미국 등 자유주의 국가들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까지 와있습니다. 


한편,  민주주의와 고령화의 연관성은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계층 간 과세의 정의를 따지는 것에 익숙하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면 일하지 않는 노인과 일하는 청년 사이의 정의를 따지는 것이 훨씬 험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날로 높아지고 있는 고령화로 일본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의 수준을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의 이런 문제를 '녹슨 고리'에 비유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을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양률 추이에서 보이는 대로 대략적인 2020년대 초반이 되어 부양률 상승에 가속도가 붙기 전까지 10여 년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장덕진 교수는 "현 정부와 차기 정부에서 합의제 민주주의의 성격을 강화하고 이중화의 부정적 요소를 완화해 한국형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가능할지 여부는 두고 보면 알겠죠.

우리나라에서 복지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그 어느 누구도 진지한 담론을 형성할 동기가 없다'라고 말한 한규섭 교수의 주장도 참고할만합니다. 선거 때만 나오는 포퓰리즘 공약 남발, 그것을 도와주는 언론과 미디어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일회성 담론으로 불발되고 마는 행태는 이미 익숙합니다. 지난 선거때만 보더라도 여야의 두 호보의 복지정책 공약은 갈등 상황이 아니었는데요. 뉴스의 성격상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인 갈등이 없는 비슷한 공약은 언론의 관심 대상이 아니고, 담론을 형성해야 하는 곳에서 생산을 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한국형 복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복지국가로의 진입이 필요하다고는 느끼지만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여러 이유들을 살펴보았는데요. 학자들이 예상한 10여 년의 기간 동안 과연 복지국가가 가능할지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대신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닥치는 문제에 휘청거리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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